왜 곡물 가격이 폭등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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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곡물들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올 1월부터는 쌀 가격이 크게 상승해 무려 갑절이 뛰었다. 밀·우유·옥수수 등 다른 주식 가격들도 크게 올랐다. 전 세계 빈민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주류 언론들은 곡물 가격 앙등에 대해 몇 가지 설명을 내놓고 있다. 얘기인 즉, 곡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밀 가격의 상승은 주요한 밀 수출국인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뭄이 발생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언론들은 중국과 인도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들은 이미 기후변화의 책임을 중국과 인도에게 떠넘긴 바 있다. 이 나라들에서 “인구가 늘고 사람들이 더 부유해지는 것”이 식량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식량은 부족하지 않다. 전 세계 식량 공급 규모는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충분하다. 쌀과 밀을 포함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일상적 필요를 충족시키고도 남을 곡물이 있다. 게다가 고기·우유·채소·견과·콩·물고기 등 [곡물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식량도 있다.
오늘날 한편에서는 기근이 발생해도 다른 한편에서는 충분한 양의 식량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식량이 없어 굶는 것이 아니라 식량을 살 돈이 없어서 굶는 것이다. 기근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언제나 빈민들이다.
인구와 소비 증가가 빈곤과 식량 부족을 낳는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미국 NGO인 ‘국제기아홍보서비스’의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적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농업은 30년 전과 비교해 17퍼센트 정도 더 많은 칼로리를 전 세계인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생산을 혁신하고 생산성을 높인다. 식량 부족을 충분히 종식시킬 수 있다.
투기꾼
그런데 왜 최근 곡물 가격이 폭등했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식량이 사고 팔리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모든 상품은 투기의 대상이 되고 큰 폭의 가격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최근에는 신용 경색이 식량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는 듯하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서 큰 손해를 보게 된 투기꾼들이 이제 식량 같은 상품들에 대한 투기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최근 바이오연료에 대한 투자가 대폭 늘어난 것도 식량 가격 상승에 한몫했다. 농업 기업과 무역업자 들이 더 많은 이윤을 노리고 식량보다는 바이오연료 원료 생산에 더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라보 은행의 상품 투자 애널리스트인 폴 브락스는 “신용 경색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안전한 투자를 위해 상품 투자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기꾼들은 식량 가격이 계속 오를 거라 예상하고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있다. 이것이 식량 가격의 추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물론 이런 자들은 식량 가격 상승이 전 세계인들에게 미칠 악영향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이것은 이윤 추구가 다른 무엇보다 앞서는 자본주의 사회가 얼마나 제정신이 아닌지를 보여 준다.
식량 산업의 자본가들은 시장 지분을 늘리려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 과정에서 식량의 과잉생산과 과잉공급 현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기업과 정부 들은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 이윤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다. 그들은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고 가격을 높이기 위해 식량을 대량으로 비축하거나 심지어는 폐기하기도 한다.
미국 정부는 1930년대 대공황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기아 행진을 벌이는 와중에도 엄청난 양의 식량을 폐기했다.
1933년에 제정된 농업조정법은 식량 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 식량 생산량을 제한했다. 돼지 6백만 마리를 도축했고 1천만 에이커의 농지를 갈아엎었고 과일들을 썩도록 방치했다.
기아
자본주의에서는 ‘일상적’ 시기에도 영양실조와 식량 불안이 존재한다. 남반구 국가들의 경우, 12억 명이 하루 1달러 미만의 소득을 벌고 있고, 그들 중 7억 8천만 명이 심각한 기아로 고통받고 있다.
아이들이 특히 큰 피해를 입는다. 개발도상국 아동 중 33퍼센트가 영양실조로 인한 발육부진 증세를 보이고 있다. 빈곤국들에서는 매년 영양실조로 5백만 명의 아이들이 죽고 있다고 한다.
1백50년 전 혁명적 사회주의자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생산 확대를 통해 모든 인류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동시에 자본주의가 어떤 지점까지는 생산을 확대할 수 있지만, 다른 무엇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체제의 성격이 추가적 생산력 발전에 장애로 작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지금 이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보다 이윤이 더 중요한 이 체제의 성격 때문에 수백만 명이 굶어 죽고, 수십억 명이 영양 불균형에 시달릴 것이다.
이집트, 인도네시아, 멕시코, 아이보리코스트, 카메룬, 아르헨티나, 부르키노파소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식량 가격 폭등에 항의하는 소요와 저항 들이 진행중이다.
보통 사람들의 저항만이 식량을 넉넉하게 생산하면서도 사람을 굶기는 자본주의 체제를 끝장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