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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의 양보가 아닌 정규직ㆍ비정규직 단결 투쟁이 대안입니다”

비정규직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정규직이 임금의 일부 등을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고 그런 사례를 모범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길이다.
지난해 공공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는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 투쟁과 파업을 통해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2백85명 전원 정규직 전환’을 쟁취했다.
오은영 공공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장과 윤태석 부분회장을 만나, 진정한 대안을 제시한 이 투쟁의 교훈에 대해 들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어떻게 노조로 조직했고 정규직화할 수 있었습니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은 비밀에 붙여졌습니다. 병원 측이 아는 순간 계약해지되기 때문이었죠. 대학로 모처에 모여서 몰래 모임들을 가졌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애로사항을 들었어요. 일년내내 꾸준히 이런 모임들을 이어갔습니다. 그 결과, 2007년에 비정규직 중에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가 60여 명 정도에 이르게 됐습니다.

2006년 단체협약에서 서울대 병원은 2년 이상 비정규직 2백39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병원 측은 단 한 명도 정규직화하지 않았고, 2006년 말부터는 2년 미만 비정규직 계약해지가 속출했습니다.

지난해 7월 1일 시행된 비정규직 악법에 힘을 얻어 사측은 오만의 극치를 보여 주죠. “이제부터는 비정규직을 2년만 고용하겠다”, “2년 동안은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사용하겠다” 하는 막가파식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파업에 돌입했고 흔들림없이 싸웠습니다. 그리고 파업 6일 만에 승리했습니다.

마침내 지난해 12월 31일 2백85명의 비정규직이 완전 정규직으로 전환됐습니다.

완전한 정규직 전환의 효과와 의의는 무엇입니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후 노조 조직율이 올라갔습니다. 전환된 노동자 중 1백 명이 새로 노조에 가입했죠. 이 분들이 계속 비정규직으로 있었다면 노조로 조직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전환된 당사자들은 더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저임금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게 됐습니다.

정규직 조합원들은 처우를 끌어내릴 수 있는 비교 대상이 없어져서 좋다고들 합니다. 그리고 전환 전에는 밥도 정규직끼리 비정규직끼리 따로 먹었는데, 전환되고 난 후 섞이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 정규직 노동자 몫의 일부를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비정규직 차별대우를 통해 정규직 노동자들이 무슨 이득을 보았나요? 오히려 싼 값에 똑같이 일하는 노동자들 때문에 늘 불안하고 불편합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양보하면 사측은 만족할까요? 결코 아닙니다. 사측은 더 많은 것을 내놓으라고 할 겁니다.

한편, 정규직 노동자 몫의 일부를 내놓아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한 노조 중에 [오히려] 노동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얘기도 들은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연대에 대해 한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는 분열하면 약해집니다. 비정규직 차별을 용인하는 것은 정규직인 내 살을 깎아먹는 것이라는 것을 수많은 사례 속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서울대병원 투쟁이 성과를 낸 핵심은 수년간의 투쟁과 꾸준한 토론으로 비정규직 차별이 정규직 약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정규직 조합원들이 확신하고 있었기에 온갖 이간질에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정규직 조합원들이 버티고 싸워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이루어내고, 덕분에 노조 조직율과 노동자 의식도 높아져,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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