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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고시는 이명박 탄핵 고시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거듭되는 말바꾸기, 거짓말, 우기기 등이 사람들의 분노를 돋우고 있다. 여기에 “치명적 실수” 또는 “치명적 거짓말”까지 폭로됐다. 온 국민을 영어 몰입 교육으로 몰아넣으려던 ‘어린쥐’ 정권이 영어 해석을 잘못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지지율은 심지어 한 조사에서는 17.6퍼센트로 나왔다. 거의 통치 불가능 수준이다. 미친듯이 이명박을 옹호하던 조중동마저 ‘협상에 문제가 있었다’며 슬슬 발을 빼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우파인 이회창과 박근혜조차 등을 돌린 지 오래고 한나라당과 정부 내에서도 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도 ‘정책연대 철회’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파업’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15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개정안 고시(장관고시)를 일단 연기했다. 그러나 기껏해야 며칠 숨돌리며 김빼기를 한 후에 다시 고시를 강행할 듯하다.

국민의 80퍼센트가 넘는 반대 의사를 거스르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다수 국민이 느끼는 공포감과 불만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미국 육류업자들과 대한민국 1퍼센트 특권층 ─ 특히, 삼성·LG·CJ 같은 유통재벌 ─ 의 이익을 위해서다. 이를 위해 다수 국민의 생명과 건강쯤은 간단히 희생시키겠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 영어 ‘몰입’ 교육, 건강보험 무력화 같은 공공서비스 사유화 등으로 커다란 불신을 받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여기에 불신 항목 하나를 추가한 것이고, 이 문제를 계기로 대중 행동이 폭발했다.

식품 안전 문제는 기업 세계화 반대 운동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다수 사람들의 건강이 무차별적으로 위협당할 수 있다는 것은 끔찍한 공포이기 때문이다. 2000년에 프랑스에서 벌어진 대규모 기업 세계화 반대 운동(대안세계화 운동이라고도 부르는)도 그 시작은 맥도날드 같은 다국적 식품 기업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것에 대한 반대였다.

복수

7∼10일 후라도 정부가 장관고시를 한다면 분노에 찬 대중 행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장관고시는 반이명박 정서라는 “기름밭 위에” 던져질 성냥불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이명박 탄핵” 요구가 시위 참가자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터져나오고 있다. 2004년 한나라당의 반동적 탄핵 시도에 대한 대중의 멋진 복수이자, 반이명박 정서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 주는 징표이다.

지난 주부터 촛불시위를 이끌고 있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이번 주에는 날마다 집회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사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자 대중의 요구에 대한 민주적 반응이다.

지금 대중 행동의 폭발에 이명박 정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명박의 정치적 상표처럼 돼 있던 이른바 “추진력”은 이미 그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대중적 항의에 직면해 한반도 대운하와 영어 ‘몰입’ 교육 계획은 좌충우돌과 오락가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1퍼센트 특권층만을 위한 이명박의 친기업적 “추진력”에 확실하게 제동을 걸자.

우리가 이명박 정부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인다면, 시위 규모를 더욱 확대한다면, 더 많은 대중 행동이 일어난다면 장관고시는 이명박 정부 탄핵 고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아니라 대중 행동에 의존해야

민주당이 대중의 반이명박·반한나라당 정서로부터 이득을 챙기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지금 달려 가고 있는 길을 닦은 장본인이다. 집권 10년 동안 민주당이 닦은 길은,

● 한미FTA 타결을 위해 미국 쇠고기 수입 결정

● 고등학생들을 미쳐 버리게 만드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수능, 내신, 논술) 설치

● 대학 등록금 두 배 인상

●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한국 군대 파병

● 비정규직을 5백만 명에서 9백만 명으로 늘리기 등등.

지난 10년의 경험은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맞서 진보적 개혁을 추진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수소에게 젖을 달라고 하는 것처럼 무망한 일임을 보여 준다.

따라서 ‘현실성’과 ‘단계적 접근’을 내세워 민주당에 의존하거나 민주당과 협력해서 이명박에 맞서자는 일부의 주장은 위험한 것이다. 이런 관점은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당에 청원하거나 압력 넣기식 집회를 하자는 주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2004년 국가보안법 등 4대 개혁 입법 투쟁 때도 민주당(당시 열우당)은 대중 행동을 민주당에 압력넣기로 제한하던 사람들을 철저히 배신한 바 있다.

근본적으로 재벌과 자본가들에게 계급적 기반을 둔 민주당은 일관되게 이명박의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반대할 수 없다. 따라서 광우병국민대책회의로 결집한 반(反)이명박 운동 진영은 지금의 대중 행동을 더욱 크고 강력하게 발전시키는 것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

더구나, 고시를 연기한 이명박은 시간을 벌며 탄압과 책략을 통해 운동을 약화시키려 할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의 책략과 탄압에 맞서며 대중 행동 지속과 확대에 주력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조직 노동자들의 동참이 중요하다

대선과 총선 결과로 인해 반동의 위험을 느끼는 바로 그 상황에서 새 세대의 청소년과 청년 들이 저항을 시작했다.

마치 프랑스의 1968년 5월 반란을 기존 조직 좌파의 바깥에서 급진화한 새로운 물결이 주도했던 것을 연상케 한다. 이들은 미국의 베트남 전쟁과 당시 드골 정권의 권위주의, 대학의 보수성에 반발해 급진화했다.

지금 이 운동이 다른 운동과 구별되는 가장 뚜렷한 특징은 바로 대중의 충만한 자생성이다. 집회 내내 끊이지 않는 자유발언은 한 사례일 뿐이다.

젊은 시위 참가자들이 주류 언론의 거짓 선전을 반박하기 위해 들고 나온 손팻말 등은 재기발랄한 언어로 가득 차 있다. 촛불시위를 뒤덮고 있는 구호들은 운동의 정신을 재치 있게 포착해 내거나 정부와 사회 특권층을 반어적으로 비꼬고 있다.

이들의 급진화 속도와 깊이는 신자유주의가 불가항력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 저 밑바닥에서 새로운 세대의 급진화와 정치적 등장을 촉진시켰음도 보여 준다.

그런 점에서 이 운동은 2002년 미군의 효순이·미선이 살해 항의 운동과 유사하다. 그 운동도 새 세대 청년의 정치적 각성과 함께 새로운 특징들을 보여 줬는데, 특히 자생성이 충만했다.

그러나 2008년은 2002년과 다른 특징도 보여 준다. 2002년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정당 거부 정서였다. 물론 한나라당 같은 보수 정당들을 거부하는 것은 옳았다. 그러나 당시 시위 참가자들은 민주노동당 같은 진보정당(과 좌파 단체)도 거부했다.

자생성

반면, 2008년 촛불시위 참가자들에게서는 정당 거부 정서가 느껴지지 않는다. 한 예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촛불시위 참가자들로부터 대단한 지지를 받았다.

이런 새 세대의 자생적 반란이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조직 노동자들이 이 운동에 집단적 연대를 보내야 한다.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단체로서, 계급으로서 이 운동에 참가해야 한다. 운수노조는 자신들의 즉각적 요구인 기름값 인하에 미친 소 운송 저지를 결합함으로써 국민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다행히 민주노총 지도부는 13일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폭발 직전”이라며 “파업까지 포함하는 구체적인 투쟁 계획을 16일 확정하겠다”고 했다. 금속노조 지도부도 “파업을 결정할 경우 금속노조는 적극적으로 복무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민주노총이 그런 강력한 투쟁을 결정하고, 지금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사유화 반대 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이 운동에 동참한다면 운동은 새로운 질적 전환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맞불〉 지지자들은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