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청소년 촛불시위 참가:
진짜 배후는 누구인가?

지난 5월 7일 전국 시도교육감 긴급회의에서 서울시교육감 공정택이 ‘괴담’을 늘어놓았다. 6일 여의도에 많은 학생이 모인 이유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심한’ 지역이기 때문이란다.

여의도에 학생이 많았던 이유는 단순히 여의도가 그가 지목한 지역에서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청계천이라면 서울 전 지역에서 고루 갈 것이며, 4·19 묘지에서 한다면 북부 학생들이 많이 갔을 것이다.

교육청의 관료들도 한때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학생들의 생각과 정서를 어찌 이리도 못 읽을 수 있을까. 지금 학생들은 이성에 의한 냉철한 판단의 산물로 무척 화가 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이 바뀌고 나서는 공공연히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D사 교과서 31쪽에 이런 질문이 나온다. “What do you think about the President?”(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사소통 중심 수업에서는 이런 질문이 학생 개개인에게 던져진다. 그런데 학생들은 교과서에 나온 모범 답안 “I think he’s doing a good job”(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으로 답하지 않았다. 그들이 아는 부정적 형용사를 모두 동원해 답했고 심지어 욕설까지 하는 학생이 있었다. 나는 오히려 대통령도 인격이 있는 사람인데 함부로 말하면 못쓴다고 꾸짖어 줬다. 이것이 전교조 교사의 수업이다.

“전교조가 심한” 관악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본인도 5월 9일에서야 처음 촛불문화제를 구경했다. 그렇다면 촛불의 진정한 ‘배후’는 누구인가? 무엇이 불특정 다수의 학생으로 하여금 촛불을 들고 시내에 나오게 했는가. 살인적인 입시 경쟁 교육으로 책 한 권 읽기 힘든 학생들이지만, 그들은 탄탄한 정보력을 갖추고 있고 무엇보다 순수하고 정의롭다. 어른들이 비겁할 때 4·19 민주혁명으로, 미선이·효순이 한 풀기로 당당히 나섰던 대한민국 학생들의 후예답게 자기의 목소리를 다시 내고 있다.

그들의 항의 내용은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항의요, 또 하나는 학생의 건강을 담보로 위험한 공교육 시장화와 잔인한 경쟁 교육을 밀어붙이는 정부에 대한 항의다. 한마디로 ‘미친 소, 미친 교육’에 대한 정당한 항변인 것이다.

지난 4월 15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소위 ‘학교자율화’ 조처라는 교육쿠데타를 일으켰다. 학원이 학교에서 영업하고, 사설 모의고사가 일상화되고, 0교시와 심야보충이 부활하고, 명문고가 부활하고, 영어가 춤추고, 학교는 줄 세우고, 우열반으로 갈라치고, 촌지 안 주고 안 받기 규제도 없앤단다.

학생 평가, 학교 평가, 교원 평가로 경쟁을 통해 모두를 한 줄로 세운다. 시장의 논리, 적자생존의 원칙으로 만든 과자들을 ‘종합선물세트’로 만들어 ‘자율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내 놓았다. 뜯어보니 대부분 과거에 봤던 썩은 과자들이요, 어떤 것은 새로 개발된 불량식품이다. 이거 먹다간 전 국민이 ‘광교병(狂敎病)’에 걸릴 참이다.

광교병

‘학교자율화’는 곧 학교시장화다. 공교육에 시장이 어울리는가?

지금의 교육 정책에 반대한다고 이전 정권의 교육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이 참에 우리 교육의 새 판을 내놓자. 입시 폐지·대학 평준화의 청사진을 내놓고 최소한 북유럽의 교육이라도 조금씩 모방해 보자. 시험중에 교사가 학생들에게 틀린 답을 지적해 주고 학생끼리 서로 문제풀이를 도와주는 것이 부정행위가 아닌 권장사항이 되는 학교를 꿈꾸자. ‘어린쥐’ 교육 말고 귤처럼 상큼한 인간 중심 교육으로 나아가자.

오늘날 청소년은 죽을 맛이다. 대한민국 민중도 죽을 맛이다. 이 비극을 딛고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먼저 나선 우리 청소년을 보면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교육청은 장학사, 생활지도부 교사, 가정통신문, 문자메시지를 동원해 촛불 끄기에 나서기 전에 학생들 앞에서 부끄러운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교육청 공문에 의하면 ‘심야’ 촛불‘집회’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고자 한단다. 촛불문화제와 학원 중 어느 것이 더 늦은 심야에 끝나던가? 학교와 학원의 위험한 ‘심야 영업’의 배후에는 누가 있던가? 진정 학생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보호하는 길은 촛불 끄기인가, 촛불 켜기인가?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