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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유가의 죗값을 치러야 하나

주류 언론과 경제 전문가들은 유가 폭등의 원인을 ‘수요와 공급’ 불균형에서 찾는다. 중국의 석유 소비가 큰 폭으로 늘었고 중동 산유국들이 공급을 늘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이런 설명은 어느 정도 사실을 담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

먼저 수요를 살펴보면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 미국은 중국의 3배, 전 세계 소비량의 4분의 1을 소비한다. 중국의 하루 석유 소비량이 2백만 배럴 늘어나는 동안 미국의 석유 소비량도 1백만 배럴 가까이 늘어났고 석유 수입량은 하루 평균 2백만 배럴 이상 늘었다. 미국의 1인당 석유 소비량은 중국의 13배나 된다. 심지어 한국의 1인당 석유 소비량도 중국의 8배나 된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와 주류 언론들이 중국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중국의 경제 성장이 낳는 부작용(주로 선진국들 입장에서)을 부각하려는 측면이 크다. 오히려 수요가 크게 늘어난 가장 중요한 원인을 꼽으라면 9·11 이후 미국의 지배자들이 중동에서 벌이고 있는 대테러 전쟁을 지적해야 한다. 중동이 전화에 휩싸이고 석유 공급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늘면서 세계 각국 정부는 전략비축유(SPR)의 비축량을 크게 늘렸다.(위의 〈그림〉 참고)

공급 문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도 미국 정부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세계 석유 생산량 2위를 차지하던 이라크의 석유 생산량을 반토막내 버렸다.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맞선 저항 세력의 석유 생산 시설 공격 위협 때문에 원유 증산이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란에 대한 전쟁 위협은 이를 더욱 가속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고 달러 약세 정책을 편 것도 미국 정부다. 원유가 달러화를 기준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산유국들은 석유 수요가 늘어도 그만큼의 이익을 얻지 못했고 결국 공급량을 제한해 유가를 더욱 올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보충해 왔다.

중동 국가들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 약화 때문에 미국 정부는 이런 움직임을 되돌리지 못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누적된 이런 변화에 더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경기 후퇴가 유가 폭등을 더욱 부추겼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대형 투기 자본들이 원자재 시장으로 몰려들었고 “올 3월 현재 석유·곡물 등 원자재 상품에 투자하는 국제투기자금은 약 2천6백억 달러로 2003년 말(1백30억 달러)의 20배에 이른다.”(〈조선일보〉)

그리고 유가 폭등, 주가 폭락과 투기 자본의 이동, 달러 가치 하락 등이 서로 연쇄 반응하며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유가 폭등의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은 평범한 전 세계의 민중이 아니라 전쟁광 부시와 이명박 같은 그 똘마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