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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량난:
조건 없는 지원으로 재앙을 막아야 한다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 수십만~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대량 탈북 사태가 벌어진 1990년대 중반의 대재앙이 코앞에 와 있다는 경고가 빗발친다.

실제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의 식량 부족분이 1백67만 톤에 이른다고 지적한다.

또, 인체의 최소 신진대사 활동을 유지하는 데 드는 열량을 기준으로 하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은 1백19만 톤이다. 이는 7백13만 명분에 해당한다.(현대경제연구원)

식량난이 배급체계에서 비교적 우선 순위에 있는 전문 직종 종사자, 군수공장 노동자까지 퍼지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아사자가 나오고 있다.(북한 구호단체 ‘좋은 벗들’)

북한은 1991년 소련의 붕괴로 심각한 경제 위기에 빠져들었다. 석유·전력 수급이 붕괴하자 비료, 농기계 등 농업 관련 산업도 마비됐다. 이에 따라 북한은 더욱 더 ‘자연 약탈적’ 농업에 의존했고, 이는 산림 황폐화와 토지 산성화를 심화시켜 생산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북한의 곡물 생산은 2000년대 들어 부분적으로 회복됐지만 현재까지도 1990년의 7백만 톤에 못 미치는 4백만 톤 안팎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현재 북한의 식량 분배 체계는 엉망이다. 시장과 경쟁을 강화한 2002년 이른바 ‘7·1 조치’로 분배 체계는 오히려 교란됐다. 이는 공공부문 ‘민영화’의 효과와 비슷한 것이었다. 국가가 제공하는 공식 배급 체계의 범위는 축소됐고 배급 가격도 시장 가격의 변동에 따라 “현실화”돼 급격히 인상됐다.

일부 당·국가 관료들은 곡물을 빼돌려 시장에 내다 팔면서 급속히 부를 축적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시장’에서 배제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세계적 식량가 폭등도 상황을 더 심각하게 했다. 북한이 주로 의존하는 중국산 수입 곡물 가격이 올초에 비해 30퍼센트나 급등했다.

생색

그 결과 북한의 식량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 쌀값은 올초 1킬로그램당 1천 원 수준에서 지금은 3천 원 수준으로 폭등했다. 반면 노동자 월평균임금이 2천5백~3천 원 수준이다. 현재 북한 지배자들의 태도는 잔인한 ‘포기’ 상태에 가깝다.

제국주의 열강도 북한 주민들을 대재앙에 빠뜨린 주범들이다. 그동안 미국은 강도 높은 대북 압박과 봉쇄 정책을 써 왔다. 사실, 북한은 옛소련 붕괴 이후 ‘세계체제’로 편입하려 했지만 미국은 이를 차단했다. 미국이 동아시아 패권을 유지하는 데 ‘북한 위협’이라는 빌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근 북미 회담이 약간 진전되는 듯하자 미국은 식량 50만 톤을 지원하겠다고 생색을 냈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더러, 이조차 몇 차례에 걸쳐 나눠서 주는 것이다.

부시조차 대북 지원에 나서겠다는데 이명박은 북한이 핵폐기를 하기 전에는 지원을 않겠다고 못박아 왔다. 이명박은 북한이 핵폐기를 하면 국민소득을 3천 달러로 만들어 주겠다지만, 남한 경제도 살리지 못하는 무능한 자가 할 소리는 아니다.

최근 이런 이명박의 대북 강경책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북미 관계가 유화국면에 들어서면서 “인도적 지원은 하겠다”고 말을 바꿨지만 여전히 “북한이 고맙다고 한다면” 등의 조건을 달았다. 이명박이 이번 중국 방문에서 중국의 중재에 못 이긴 척 대북 식량 지원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는데 정말 꾀죄죄하기 그지없다.

한편 조중동, 한나라당 등 우익들이 노무현의 “대북 퍼 주기”를 비난한 것은 역겨운 위선이다. 이들은 원조된 식량이 북한의 상층부만 살찌게 한다고 태클을 걸었지만, 실제로 원조는 최악의 비극을 막는 데는 일정정도 효과가 있었다. 2000년대 중반에 있던 위기는 원조 덕분에 대량 아사 사태로 연결되지 않았고, 곡물의 시장 가격을 낮춘 효과가 있었다.

물론 김대중·노무현의 대북 식량 지원 역시 냉정한 계산과 위선에 바탕한 것이었다. 그들은 북한의 붕괴가 남한 자본가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계산에서 식량 지원을 해 왔다. 이조차 북미 관계가 경색되면 축소하거나 아예 중단한 적도 있다.

대북 원조가 결국 북한핵을 불렀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북한핵이라는 괴물을 낳은 것은 미국의 군사적 대북 위협과 남한의 군비증강이었다. 이미 남한 국방비는 북한 GNP 전체보다 많다. 이런 군비경쟁의 압력은 북한 주민에게 돌아갈 북한의 가용자원을 더욱 줄어들게 만든다.

그동안 남한이 북한에 “퍼 준 돈”은 대략 1년에 5천억 원 정도인데, 이는 국방부가 검토중인 미국산 중고 아파치 헬기 도입 가격의 절반도 안 된다.

우리가 북한 민중과 어린이들을 살리려면 조건 없는 대규모 대북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