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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홍종호 교수:
“운하 계획은 빨리 접는 것이 대안입니다”

[편집자] 지난 대선 경선 당시부터 이명박의 대운하 계획을 날카롭게 비판해 온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홍종호 교수를 만나 대운하의 문제점에 대해 들었다. 홍종호 교수는 정부의 운하 건설 예상 비용이 지나치게 과소평가된 반면 물동량은 과장됐다고 비판해 왔다. 정부 측 인사 중 누구도 이런 비판에 그럴싸한 반박을 하지 못해 국내의 거의 모든 언론이 홍종호 교수의 비판을 보도했고 유명한 과학 잡지인 〈네이처〉도 홍종호 교수를 인터뷰한 바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운하 사업 자체의 타당성보다 대운하 계획의 추진 과정 자체가 문제에요. 정책이 너무 부실하거든요. 무슨 정책이 이렇게 오락가락한지 누가 추진하는지, 심지어 추진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조차 제대로 알 수가 없잖아요.

국토해양부가 제일 앞장서서 대운하를 추진하려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청와대 없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거든요. 그런데 밖으로는 전혀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아요. 여기저기서 비판이 있으니까 그냥 피해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새 정부의 모습으로는 많이 궁색하죠.

대운하 정책 자체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사업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의 경제적·생태적 환경에 비춰 봤을 때 타당성도 전혀 없고 정당성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경제학자들 대다수가 대운하 계획에 반대합니다. 운하의 본질은, 그러니까 다시 말해 애초 운하 건설의 목적은 물류 운송에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 경제성이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추진하는 이유는 더는 경제학적 분석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운하 건설을 추진하는 데는] 제 생각에 첫째로 리더십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국민에게 한 공약이기도 하고 대통령이 나서서 추진하겠다고 한 정책을 그냥 관둘 수는 없다는 거죠.

게다가 청계천도 그렇고 과거 경부고속도로 건설 사업도 그렇고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도자가 밀어붙여서 성공한 사례도 있으니까요.

둘째로 지역의 이해관계자들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불황에 빠진 건설업계를 활성화한다거나 지자체장, 그리고 일부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국의 대통령이 이런 식이면 안 되죠.

청계천·경부고속도로 등과 현재 대운하 계획 사이에 유일한 공통점은 사람들이 반대하는데 추진했다는 대단히 표면적인 연계성뿐입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에도 반대가 많았죠. 국가 예산이 1천5백억 원 정도 하던 시절에 4백억 원짜리 공사를 하겠다고 했으니까요. 차도 별로 안 다니는데 말이죠. 그러나 1960~70년대 도로 건설 사업은 세계적인 조류와 맞아 떨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2년 반 만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사업을 실행하면서 피해도 많았습니다. 여기저기 도로가 부실해서 땜질하기도 했구요. 그래도 어쨌든 해냈습니다.

청계천도 어쨌든 덮여 있던 것을 뜯어내고 복원한 것 아닙니까. 회색빛 도시에 친수공간[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놨으니 싫다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대운하는 다릅니다. 운하라는 운송수단은 예전에 노새가 강둑에서 배를 끌고 다니기도 했을 정도로 오래 전에 사용되던 운송 수단입니다. 그리고 청계천은 사람들이 발 담그고 놀 수 있는 곳이지만 대운하는 배를 띄우는 것이거든요.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르고 특히 요즘 학생들 말로 하면 컨셉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볼 수가 있죠.

리더십을 이렇게 시대착오적인 방식으로 사용하겠다고 하면 도대체 누가 좋겠다고 하겠습니까? 하다못해 우주개발·해저개발 한다고 하면 그나마 미래 지향적이라고 해서 관심이라도 끌 수 있겠죠. 오죽하면 이명박 정부도 하천개발 사업이라고 말을 바꾸고 있겠습니까.

어쨌든 대운하 사업으로 경기가 좋아지지 않겠냐는 기대도 있었는데요.

국책 사업을 통한 경기 부양 정책은 동력을 잃었습니다. 지금 같은 시기에 1970~80년대에 사용하던 경기부양책을 사용한다고 해서 효과를 볼 수는 없습니다. 후유증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지금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국책 토목 공사를 벌이면 원자재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에 따라 물가도 폭등할 것이구요.

따라서 성장 위주 정책보다는 안정 위주로 가는 게 맞습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런 합의가 이뤄져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도 이런 논리는 더는 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안이 뭐냐는 물음도 있습니다.

우선 무엇에 대한 대안인지를 얘기해야 합니다. ‘물류혁명을 통한 국운 융성’이라는 정부의 슬로건이 가능한지도 의문이지만 정말로 물류를 위해서라면 다른 대안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물류는 크게 도로·철도·항공·바다운송 네 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제가 무조건 도로 건설을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철도나 바다운송 같은 경우는 정부의 정책과 지원을 통해 더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봅니다. 지금 KTX를 이용하면 부산에서 짐을 부쳐서 서울의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데 5시간이면 충분하거든요. 그런데 왜 며칠이나 걸려서 운하를 타고 운송해야 합니까?

그리고 일자리, 지역개발, 수질 개선, 수량 확보, 하천 정비, 지구온난화, 관광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대는데 물론 이런 조처들은 필요한 목표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을 하는 데 운하가 최선이냐 하는 겁니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대운하로 다 해결하겠다고 하는 겁니까.

각각의 목표에 대한 대안들은 있습니다. 특히 관광은 건설업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산업입니다. 그런데 관광업을 발전시키는 데 운하가 최선입니까? 게다가 수질 문제나 수량확보 문제에 대해선 이미 여러 학자들이 생태적 대안도 많이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걸 운하 하나로 수렴시키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대운하 정책에 대해서는 이미 오랫동안 문제점을 지적해 왔습니다. 그런데 한 1년쯤 전에 저한테 한 아이의 어머니라며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아이에게 파괴된 국토를 남겨 주고 싶지 않다며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첫 삽을 뜨는 날 바로 그 앞에 드러눕겠다는 얘기였습니다. 정말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서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처럼 계속 대운하 계획을 고집하면 지금 거리에서 벌어지는 운동 이상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운하 계획은 빨리 접는 것이 대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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