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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자들의 무능을 보여 준 식량안보 정상회의

지난주 세계 지도자들은 로마에서 열린 UN 식량안보 정상회의(이하 정상회의)에 참가했다. 이 회담은 식량가격 폭등에 대처하기 위해 UN 식량농업기구(FAO)가 조직한 것이었다.

정상회의 폐막 공동선언문에는 “2015년까지 굶는 사람의 숫자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것은 그다지 야심찬 계획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목표를 실현할 적절한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언문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애매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선언문은 UN이 “빈곤과 불평등을 제거할 정책들을 도입할 것이고 … 자연재해와 인재 들의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고 [발생 후]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떻게 이런 목표를 이룰지는 적혀 있지 않다.

선언문에서 언급한 구체적 제안 중 하나는 65억 달러를 긴급 식량 구호 자금으로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식량 구호는 매우 절박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단기적으로 도울 수 있다. 그러나 선언문이 언급하는 구호 자금은 너무 적다. 미국 정부는 2006년에만 군사 작전 비용으로 5천2백90억 달러를 사용했다. UN 사무총장 반기문조차 위기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매년 2백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식량 구호는 식량 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식량 구호를 미끼로 문제를 악화시키는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강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정상회의는 어떻게 빈국, 특히 아프리카의 식량 생산량을 늘릴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이것은 현재 위기의 원인이 식량 생산량 감소에 있다는 주장을 함축한다.

원인

일부 빈국의 식량 생산량이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상회의에 참석한 일군의 정치인과 전문가 들은 그것의 진정한 원인 ─ 세계 자본주의 체제와 부국(富國)이 빈국(貧國)에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정책 ─ 을 말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자유무역과 시장이 확산(또는 강요)되면서 가난한 농민들은 갈수록 세계 식량 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됐다. 그들은 엄청난 정부 보조금을 받는 부국의 농민들과 경쟁하는 불리한 처지에 빠졌다.

가난한 농민들은 농업 기업들이 사용하는 기계, 농약, 비료와 관개 체제 등을 당해 낼 수 없다.

신자유주의 정책들은 소농(小農)들을 토지에서 몰아내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당해낼 수 없는 가난한 농민들은 다른 일을 찾아 도시로 몰려갔다.

생산의 초점도 국내 소비용이 아니라 이윤 창출이 가능한 수출용 환금작물(換金作物) 재배로 이동했다. 이것은 식량 안보를 해쳤고 빈민들은 갈수록 세계 식량 시장에 의존하게 됐다.

그러나 사실 전 세계적으로 기근과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식량이 존재한다. 세계 식량 생산량은 계속 증가해 왔고 올해 농업 수확량도 사상 최대가 될 것이다. 정상회의 선언문도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20년 전보다 15퍼센트 더 많은 식량을 제공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20년 전보다 세계 인구가 15억 명이나 더 늘었지만 말이다.

일부 국가에서 식량 생산량이 감소하는 문제는 미래에 큰 문제가 될 수 있고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감소의 핵심 원인은 무역 자유화·보조금 부족·빈곤·불평등인데, 정상회의는 이것을 해결할 생각이 없음을 보여 줬다.

더구나, 농업과 토지 사용의 변화는 식량 가격 폭등의 장기적 원인 중 하나일 뿐이다. 정상회의는 식량 가격을 올리는 다른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할 대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바이오에너지는 많은 토지와 곡물을 식량 생산이 아니라 연료 생산으로 전환시키면서 현재 식량 가격 폭등의 원인이 되고 있지만 정상회의는 이 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금융투기, 석유 가격 상승과 달러화 약세도 식량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정상회의는 이 원인들을 제거하는 조처를 논의하지 않았다. 그것이 전 세계 농업 재벌들의 권력과 이윤에 타격을 입힐 것이기 때문이다.

식량 위기는 자본주의에서 식량이 생산되고 분배되는 방식 때문에 발생했다. 진정한 해결책은 세계를 부자와 빈자로 나누는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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