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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오늘날 파시즘이 권력을 잡을 수도 있을까?

오늘날 파시즘이 가하는 위협은 얼마나 심각한가? 많은 사람들은 — 심지어 좌파들조차 — ‘독재자들의 시대’였던 20세기 전반부에나 파시즘이 있었던 것으로 여긴다. 신자유주의·세계화·인터넷의 시대에 웬 파시즘이냐는 것이다.

물론 파시즘은 자본주의가 역사상 가장 심각한 위기를 겪던 시기의 산물이다. 대공황이 독일 사회에 가한 충격은 급기야 1933년 1월 아돌프 히틀러가 지도하는 나찌가 권력을 잡는 데까지 이른다.

그러나 1930년대의 경제 위기는 훨씬 장기간 지속돼 온 사회적 균열이 최고점에 이른 때였을 뿐이다. 우파 역사가 에른스트 놀테는 1914년에서 1945년에 이르는 시기를 ‘유럽 내전’이라고 부른다.

세계대전과 경제 위기의 충격이 결합되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에 균열이 생겼다. 이것은 우파와 좌파 사이 첨예한 정치 양극화를 낳았고, 동시에 사회적 긴장을 억제해 온 전통적 정치 구조를 와해시켰다. 전례 없이 큰 규모의 전쟁을 치르면서 분노하고 급진화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생겨났다. 그들은 극단적 폭력에 익숙해져 있었다.

제1차세계대전의 끝무렵인 1918년에 등장한 초기 파시스트 운동은 그런 사람들 중 일부를 흡수해 준군사 조직을 만들었다. 놀테는 이들의 정치를 ‘혁명적 반동’이라 칭했다. 즉, 파시스트들은 혁명의 위협을 없애려 애쓰면서도 그들만의 ‘혁명’을 약속했다.

파시스트 운동이 얻고자 한 것은 ‘민족’ 자본이 노동과 화합하고 소규모 생산자들이 우위를 차지하는 사회였다. 이것은 몽상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이데올로기는 유럽 내전이 부른 사회적 불만의 초점을 외부자들 — ‘유태계 금융자본’ — 에게 돌리려 했다.

이데올로기

지배자들의 입장에서 이런 이데올로기는 조직 노동계급을 겨냥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1920년대 초 이탈리아에서, 또 그로부터 10년 뒤 독일에서 대자본과 국가는 마지못해 파시스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오직 무솔리니와 히틀러만이 조직 노동계급을 체계적으로 파괴하고 원자화시킬 단련된 대중운동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1914~1945년의 조건과 오늘날의 조건을 비교해 보면, 분명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선진국의 자본주의는 지난 30여 년 동안 이따금 거품 호황을 누리며 느릿느릿 성장해 왔다. 그 결과 대중의 생활수준은 — 특히 미국에서 — 정체했지만 세계대전과 대공황 시기 같은 대량 빈곤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오늘날 자본주의 정치 구조는 여러 면에서 당시보다 훨씬 견고하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1919~33)은 강력한 ‘반체제’ 정당들 — 극좌 공산당과 극우 나치 — 이 존재했기 때문에 늘 불안정에 시달렸다. 프랑스의 제3공화국도 강한 압력으로 위기에 시달렸다.

오늘날 선진 자본주의 세계에서 당시와 유사점을 발견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안심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신자유주의적 규제완화와 치열한 국제 경쟁 때문에 세계경제 구조에 갈수록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자본주의 정치 체제는 외견상 견고해 보이지만 내용물은 갈수록 부실해지고 있다. 자신을 대변하지 않는 주류 정당들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각자의 삶에만 몰두하게끔 하는 소비지상주의가 결합돼, 자유민주주의의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일은 우려할 만하다. 계속되는 스캔들로 정당 체제가 신용을 잃고 붕괴하자 억만장자 정치 사기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극우 세력들과 손을 잡고 정부를 장악할 수 있었다.

영국국민당(BNP)이나 프랑스의 국민전선(FN) 같은 위험한 나치 정당들은 권력을 잡기엔 여전히 한참 모자라다. 그러나 그들은 대중의 지지를 모으고 단련된 활동가들을 길러 내고 있다. 이들은 더 심각한 위기가 닥치면 자신들이 주요한 세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 맞서는 운동을 지금 당장 건설해야 한다. 그 위협이 너무 커지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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