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짐바브웨 사태 ─ 서방의 이중잣대를 보여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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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짐바브웨 독립운동의 지도자로 추앙 받았던 로버트 무가베는 이제 28년째 철권통치를 이어가는 독재자로 비난받고 있다. 그는 최근 대선에서 야당 활동가 86명을 살해하는 등 온갖 폭력과 부정을 저지르며 단독 선거를 강행했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국가들은 짐바브웨에 대한 제재를 강구하고 나섰다.
영국 식민지 시절의 짐바브웨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캘리니코스가 짐바브웨 상황의 진실을 설명한다.
1965년 11월 이언 스미스가 이끌던 인종차별주의 정부가 당시 남부 로디지아의 정착민 식민지였던 짐바브웨의 독립을 불법적으로 선언했을 때, 나는 열다섯 살이었다. 우리 가족은 수도인 솔즈베리(지금의 하라레)에 살고 있었다.
나는 스미스의 반란으로부터 우리를 구하기 위해 영국의 낙하산부대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기대하며 하늘을 바라보던 게 기억난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러니 패디 애쉬다운(전 영국 자유민주당 당수) 같은 작자가 로버트 무가베 정권에 맞선 영국의 군사적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하는 걸 듣노라면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한 마디로 흑인 정권에게는 무력을 사용해도 괜찮지만, 백인 정권에게는 안 된다는 얘기다.
무가베가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과 남반구에서 일정한 지지를 유지하려고 영악하게 이용해 온 게 바로 이러한 종류의 이중잣대다. 그는 토니 블레어와 조지 부시보다 나은 적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서방 제국주의에 맞서 짐바브웨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싸운다는 무가베의 주장은 썩어빠진 거짓말이다. 그는 여당인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연맹-민주전선’(ZANU-PF)에 있는 극소수 고위 인사들의 이익을 지키려고 굶주리고 억압받는 국민들에게 곤봉을 휘두르며 복종을 강요하고 있다. 그들은 무가베가 대통령에서 물러나면 그들이 쌓아 둔 더러운 부는 물론 목숨마저 잃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이 집단은 군대와 보안기구의 고위층에 집중돼 있다. 그들은 지난 3월 말 무가베와 ZANU-PF가 대선과 총선에서 패배한 뒤 ─ 합동참모본부를 통해 ─ 정치적 지배권을 확실하게 장악했다.
기진맥진
무가베와 그 측근들의 계산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는 듯하다. 첫째, 그들은 짐바브웨 국민들이 경제난, 정치적 억압, 대규모 탄압으로 기진맥진한 상황이고, 따라서 성공적인 항쟁을 일으킬 수 없을 거라고 믿는다.
둘째, 무가베는 아프리카 다른 지역의 동맹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통령 타보 음베키가 외부의 개입을 막아 줄 거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가정은 어리석은 게 아니다.(무가베를 불합리한 미치광이로 묘사하는 영국 언론의 보도를 믿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일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무가베의 생각은 이언 스미스의 생각과 흡사하다. 1971년에 스미스는 이렇게 말하며 흐뭇해했다. “우리에겐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아프리카인들이 있다.” 스미스는 남아공 인종차별주의 정부의 지지를 받는 한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예전의 스미스와 꼭 마찬가지로, 무가베는 그의 계산이 매우 취약한 근거에 기반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대규모 실업과 이주의 파괴적 결합이 정권의 통제력을 강화했을 수는 있다. 남아공의 논평가 R W 존슨이 지난주 토요일[6월 28일] ‘라디오4’의 〈투데이〉라는 프로그램에서 1840년대 대기근 동안의 아일랜드 상황을 언급하며 한 비교는 퍽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어떠한 공포정치로도 무가베가 2000년대 초 야당인 ‘민주변혁을위한운동’(MDC)에 맞서 무가베를 지지했던 농촌 지역 대다수에서 지지를 잃었다는 사실을 감출 수는 없다. 지난주 MDC 사무총장 텐다이 비티가 정부 청문회에서 폭로했듯이, ZANU-PF의 고위 인사들이 3월 총선 이후 그토록 협상하고 싶어 했던 까닭이 바로 이것이다.
게다가, 음베키의 지지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그는 2007년 12월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지도부 선거에서 제이콥 주마에게 참패한 이래 레임덕에 시달려 왔다. 주마의 핵심 기반 가운데 하나는 남아공노동조합회의(COSATU)다.
COSATU는 무가베의 민주주의 공격에 반대하는 활동을 일관되게 벌여 왔다. 4월에 남아공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무가베가 추진하는 중국산 무기의 수입을 봉쇄하는 행동을 조직했고, 음베키가 이를 지지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일요일[6월 29일]자 〈옵서버〉를 보면 COSATU의 지도자인 바비는 지난주 치러진 짐바브웨 선거를 추잡한 짓이라고 비난하며 “아프리카와 전 세계의 노동자들은 물론 전 세계의 진보적 시민들에게 무가베와 그 정부의 완전한 고립을 위해 활동할 것을 호소했다.”
짐바브웨 민중의 완강한 저항과 이러한 연대 행동의 결합은 조만간 무가베 정권을 박살낼 것이다. 영국과 미국의 낡은 제국주의자들 덕분이 아니라 말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교수이고,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이다. 국내 번역된 주요 저서로는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책갈피)과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책갈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