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인상에 맞선 아시아인들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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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오만한 신자유주의 정부에 맞서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나라의 정부는 유류 보조금을 철폐해 국가 재정 압박을 해소함으로써 ‘비즈니스 프렌들리’ 환경을 만들려 한다. 그러나 성장의 과실이 부자들에게만 돌아가는 것을 봐 왔고, 최근 식품가 인상으로 고통받아 온 사람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거리로 나섰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작년 말부터 물가 폭등과 유류가 인상에 항의하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크게 분노한 것은 말레이시아가 아시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나스는 2007년 〈포춘〉이 선정한 가장 수익성 있는 세계 10대 석유 회사 중 하나일 정도로 매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40년간 말레이시아를 통치해 온 집권 정당 연합인 국민전선(BN)의 주축 정당 통합말레이국민기구(UMNO)의 뿌리 깊은 민족차별 정책에 반대하는 인도계 소수민족 투쟁도 일어나면서 정치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이런 투쟁으로 말레이시아 집권 연합은 40년 만에 최초로 총선에서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고 사회주의자 2명이 당선했다. 야당과 사회단체들은 7월 12일 1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유가 인상 항의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대규모 투쟁이 계속된다면 UMNO 40년 연속 통치 체제가 끝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서 정부 내 소수 인사들은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민중 투쟁은 점점 중요한 국면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정부가 5월에 유가를 30퍼센트나 올려 전국에서 항의 시위가 시작됐다. 경찰은 평화 시위에 무지막지한 폭력을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대학생 한 명이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에이즈로 자연사한 거라고 발뺌했지만 사람들은 온갖 폭력과 고문을 자행해 온 경찰의 말을 믿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998년에도 유가 인상이 발단이 돼 민중항쟁이 발생했고, 독재자 수하르토를 쫓아낸 바 있다.
인도네시아 국회는 대중적 압력에 밀려 정부의 유가 인상이 합당한지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급진 활동가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석유를 포함한 인도네시아 천연자원들을 국유화해 민중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 정부도 최근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을 10퍼센트 이상 대폭 높이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집권당인 국민회의가 포함된 통일진보연합(UPA) 내 좌파 정당에서 항의를 촉발했다.
좌파 정당들은 유류세를 낮추라고 주장하고 있고, 석유 기업들이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떠넘기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유가 인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집단 중 하나인 택시 운전사와 화물 운전자들의 연합은 7월 2일 수백만 명이 참가하는 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좌파 정당들 중 핵심인 인도공산당-마르크스주의파는 자신이 집권한 서부 벵골 지방에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펴고 그동안 국민회의의 많은 잘못된 정책을 지지해 왔기에 이들이 얼마나 일관되게 이 투쟁을 지도할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최근 좌파 정당들의 유가 인상 반대 시위에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것을 보면 인도 경제 기적의 혜택을 입지 못한 평범한 대중의 분노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