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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의 고통을 떠넘기는 지배자들

유가 급등이 전 세계 대중에게 큰 타격을 가하고 있다. 유가 급등은 모든 에너지 가격을 높이기 때문에 결국 난방비와 교통비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유가 급등은 농민들이 사용하는 농기구와 식량 운송비를 상승시킬 뿐 아니라 에너지 집약적 생산품인 질소 비료의 가격을 높임으로써 식량가 폭등에도 간접적이지만 파괴적 영향을 미친다.

또,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경제 불황의 진행 속도를 늦추려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 들의 노력도 더 어렵게 만든다.

그들이 선호하는 불황 대처법은 엄청난 양의 자금을 금융 부문에 지원해 이자율을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그런 조처가 물가 인상을 불러올까 두려워한다.

1980~90년대 동안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는 상대적 저성장을 겪었고 석유에 대한 수요도 적었다. 당시 석유 실질 가격은 1970년대 중반과 1980년대 초반의 정점과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대형 석유 기업들은 여전히 이윤을 창출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석유 자원을 찾기 위한 투자를 줄였고 석유 정제 시설에는 더 적은 돈을 투자했다.

그러나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에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 경제는 대규모 소비 대출과 정부 군비 지출 증가 덕분에 급속히 성장했다. 동시에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이 세계 체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석유 수요가 갑작스레 늘었고 미국 제국주의가 이라크를 침략하는 와중에도 그런 추세가 지속됐다. 1990년대 말 배럴당 10달러에 불과했던 석유가가 곧 30달러로 올랐고 이윽고 70달러를 돌파했다. 현재 가격은 1백30달러에 이른다. 일부 전문가들은 1백 달러가 더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석유 기업들의 이윤도 치솟았고 가스와 석탄 기업들도 덩달아 가격을 올렸다. 금융 투기꾼들은 이런 1차 상품들의 가격을 더 올리는 데 돈을 쏟아 부었다. 한편, 전 세계 노동자와 빈농 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라’는 설교를 듣고 있다.

석유에 대한 탐닉

인류가 석유를 계속 사용하면 결국 재앙에 빠지게 될 것이 명백함에도 이윤 논리 때문에 서방과 공업 발전에 뛰어든 나머지 나라들은 석유 소비를 계속 늘려 왔고 특히 교통에서 그랬다.

공공 교통 대신 자가용 사용이, 열차 대신 트럭 사용이 권장됐다. 갈수록 빈부 격차가 심해지는 와중에 어마어마한 석유를 소비하는 자동차가 특권의 상징으로 대접받았다. 유럽, 북미와 일본의 기성 자본가들은 석유에 대한 파괴적 탐닉을 포기하지 못했고, 중국과 인도의 자본가들은 기성 자본가들을 모방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석유 매장량이 바닥 나기 시작한 게 아닌가 우려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석유 정점’에 이미 도달했다고 주장하고, 다른 이들은 아직 40년 동안 더 쓸 수 있다고 반박한다.

석유 자원을 통제하는 자들 ─ 사우디아라비아 왕가, 대형 석유 기업, 러시아 국가 등 ─ 이 최대한의 이윤을 얻으려고 정확한 매장량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답을 모른다.

물론, 전 세계 자본주의의 석유 탐닉은 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석유 자원의 사용으로 온실 가스가 발생하면서 재앙적인 기후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석유 자원이 고갈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미국 옥수수 중 30퍼센트와 유럽연합 식물성기름 중 절반이 석유 대체 연료인 이른바 ‘바이오연료’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최근 주요 곡물 가격이 폭등한 핵심적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석유에 대한 탐닉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단 한 가지 밖에 모른다. 에너지 가격을 올려 보통 사람들이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다. 지배자들의 이윤 추구 때문에 우리는 일상적으로 석유에 의존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저들은 이제 그것이 초래한 잘못을 우리더러 책임지라고 말한다. 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텍사코, 센트리카 등의 대형 석유 기업들은 막대한 이윤을 올리도록 놔두면서 말이다.

크리스 하먼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의 편집자이고, 《신자유주의 경제학 비판》, 《쉽게 읽는 마르크스주의》 등 많은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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