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불〉 93호에 실린 ‘정통 사회주의 정당이 가능할까요?’라는 글에서 신철 씨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어떻게 볼 것인지 그리고 정통 사회주의 정당이 대중적 영향력을 획득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제 생각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근본적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정당은 아닙니다. 비록 두 정당이 모두 자본주의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러한 목표가 의회나 행정부 등에 진출해 그 속에서 점진적 개혁을 수행함으로써 실현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970년대 초반 칠레 아옌데 민중연합 정부의 경험이 비극적으로 보여 줬듯이, 체제를 개혁하려는 시도는 대자본과 군장성, 고위 국가 관료 등의 ‘반혁명’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럴 때 개혁을 성취하고 개혁의 성과를 유지·확대하려면 점진적 개혁만 추구하는 데 멈출 것이 아니라, ‘반혁명’의 사회적 토대를 제거하려 해야 합니다. 마치 5대 쟁점은 고사하고 재협상 요구 하나라도 성취하려면, 이명박을 퇴진시킬 정도로 투쟁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투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근본적 사회변혁을 목표로 하는 정치조직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런 “정당을 만들어 대중 속에 파고드는 게”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 점에서, 근본적 사회변혁을 지향하지 않는다고 해서 변혁가들이 진보 정당들과 협력하기를 꺼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한에서 대중적 진보 정당의 탄생은 역사적 진보였습니다. 노동자들이 더는 자본가 계급 정당에 투표하지 않을 기회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비판적 협력이어서는 안 됩니다. 진보 정당의 지도자들이 체제 내의 개혁을 추구하느라 자본가 계급 정치세력과 불필요한 타협에 연연함으로써 오히려 개혁을 성취하지 못할 때 분명히 비판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변혁 정치조직의 필요성을 실천에서 입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함께’는 주요 반전·반신자유주의 운동에 참여하면서, 그 운동을 지지하는 수십만 대중 속에서 대중적 변혁 정치조직을 건설하려 하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고 여러 우여곡절도 있겠지만, 변혁 정치조직 건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운동과 대화하면서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