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촛불에도 눈감은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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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다시 펼쳐진 50만 촛불의 바다는 이명박의 온갖 꼼수와 탄압에도 국민 대다수의 염원과 진실은 여전히 진정한 개혁과 변화에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추가협상이라는 사기극을 거부하고, 온갖 미친 정책들과 미친 정부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로써 ‘전문 반미 시위꾼들의 깃발 시위’라는 조중동의 비난은 산산이 무너졌다. 반면 청계광장의 촛불 반대 집회에는 고작 2백 명이 모였다.
꼬리도 안 자른 개각
그러나 이명박에게는 50만 촛불의 함성도 쇠귀에 경 읽기였다. 이명박은 바로 다음 날부터 촛불 짓밟기를 다시 시작했다. “청와대 뒷산에서” 또 무슨 흉계를 꾸몄는지 알 만하다.
경찰은 서울광장을 원천봉쇄했고, 심지어 기독교대책회의의 ‘촛불 교회’ 천막까지 철거하며 “종교행사 명목으로 열린 촛불집회의 경우도 … 전체적 상황을 종합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원천봉쇄’하고 민주주의를 ‘철거’하려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을 가로막고, 검찰 수사로 MBC 〈PD수첩〉을 압박하고 있었다. 언론과 인터넷에 재갈을 물려 국민의 눈·귀·입을 막으려는 것이다.
그러면서 “촛불이 계속되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협박질을 계속하고 있다. 경제 위기가 걱정되면 미친 정부와 미친 정책과 광우병 위험도 감수하라는 협박이다.
이명박이 약속한 ‘내각 교체’도 결국 꼬리 자르기는커녕 꼬리의 비늘 몇 개를 떼어 내는 것에 그쳤다. 무엇보다 서민 말살 경제 정책의 우두머리인 강만수, 폭력과 공안 탄압의 지휘자인 어청수 등이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이들이 “제대로 일을 해볼 기회도 없었다”는 게 이명박의 말이다. ‘재벌천국과 서민지옥’, ‘역사 거꾸로 돌리기’를 위해 아직 할 일이 많다는 얘기다. 이번 ‘개각’은 강부자 내각을 유지하며 온갖 반서민적 개악을 계속하겠다는 선언이다.
재벌·강부자 들이 기침 소리만 내도 알아서 기어 온 이명박 정부에게 50만 촛불의 함성과 촛불을 지지하는 70퍼센트 국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경제 위기 속에 노동자·서민에게 자기들의 몫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재벌·강부자의 ‘머슴’이기 때문이다.
‘절반의 승리’를 넘어서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이명박은 촛불을 빨리 꺼버리고 ‘재벌천국 서민지옥’ 프로젝트를 재가동하려고 조바심내고 있다.
촛불 운동 내에서도 ‘제도권 수렴’을 지지해 온 온건파들은 촛불을 계속 이어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듯하다. 〈조선일보〉는 “이제 우리 진보 진영 볼륨은 상당히 커졌다. 이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법과 제도를 통해 담아[낼 때] … 민주주의가 안정된다”며 이런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촛불을 짓밟거나 적당한 수준에서 통제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쉽지 않을 것이다. 촛불이 단지 쇠고기 문제 때문이 아니라 근저에 경제적 생활고, 우파적 정치 등에 대한 심원한 불만에서 비롯했기 때문이다.
촛불의 요구들과 이명박 사이에 타협의 여지도 거의 없다. 박원석 대책회의 상황실장의 지적처럼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 마치 이명박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말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더구나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 서민들의 고통은 더 커지고, 촛불은 다시 거세게 타오를 수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생겨날 새로운 촛불집회”가 “더 무섭다”고 했다.
촛불은 “쇠고기에서 촉발됐지만 더 광범위한 경제적 비판으로 변했”(〈월스트리트저널〉)고 “‘불도저’ 대통령을 초라하게 만들었다.”(〈파이낸셜타임스〉)
이처럼 촛불은 절반의 승리를 거뒀지만, 아직 진정한 승리를 한 것은 아니다. 손석춘 씨의 지적처럼 “지금은 승리를 선언할 때가 아니[며] …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논리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촛불의 불씨를 계속 살려나가며 노동자 파업 등으로 그 불씨를 퍼뜨려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