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항쟁과 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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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등 한국의 사회운동적 NGO들은 이번 촛불 운동에서 대단히 큰 구실을 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을 맡았고, 이 때문에 경찰은 박원석 씨를 수배하고 참여연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한국의 사회운동적 NGO들이 이러저러한 사회운동에 참여해 중요한 구실을 한 것은 결코 낯선 일이 아니다.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과 2004년 탄핵 반대 운동 때도 그랬다. 그래서 사회운동 NGO의 지도자들은 사회 개혁을 바라는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운동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런데 이처럼 영향력 있는 NGO 지도자들이 종종 운동의 특정 국면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거나 운동에 온건화 압력을 넣어 운동에 해를 입히기도 한다. 대책회의에 참가하고 있는 주요 NGO 지도자들은 촛불 운동이 절정에 달했을 때 정권 퇴진 운동으로 발전하려는 것을 막았고 최근에는 거리 시위가 아니라 불매 운동 등으로 변화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개인적 실수나 일탈도 있겠지만, 운동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NGO 지도자들이 어느 날 그 운동의 발목을 잡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NGO 정치가 안고 있는 모순 때문이다.
NGO 정치는 공통된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단일 쟁점 집중을 통한 개혁주의이다.
한국에서 NGO들은 1987년 항쟁으로 정치적
개혁주의는 체제 내에서 자본주의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탈리아 마르크스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는 개혁주의자들이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지만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사용해서 싸운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NGO들도 자본주의의 불의에 맞서 싸우지만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를 사용해서 싸운다.
NGO가 수용하는 친자본주의 이데올로기는 두 가지 주요 이론에 근거하는데 그것은 신사회운동론과 시민사회론이다. 신사회운동은 계급 운동이 아니라 정체성 정치를 강조한다. 즉, 여성, 환경, 동성애자 문제 등에 각각 맞서 싸우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사회운동이 제기하는 문제들은 실제로는 계급 쟁점이다. 이 문제들은 모두 연결돼 있으며 공통의 적을 가지고 있다.
개혁주의
시민사회론은 자본주의 국가에 도전하지 않는 개혁주의 이론인데, 이 이론은 압력단체들
이런 개혁주의 이론들은 자연스럽게 단일 쟁점 집중으로 이어진다. 단일 쟁점 집중은 촛불집회 운동처럼 많은 쟁점들이 동시에 제기되면서 운동에 질적인 발전이 일어나려 할 때, 다시 말해 낱낱의 쟁점들에 맞서 싸우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고 정권 자체에 맞서 싸워야 할 때 운동의 도약을 거부하게 만든다.
그래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소속 주요 NGO들이 쇠고기 문제를 넘어 의제를 확장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함의하는 결론인 이명박 퇴진 운동으로 나아가는 것을 주저하고 꺼렸던 것이다.
한편, NGO 지도자들은 대부분 그들에 대한 통념과 달리 운동 내부의 민주주의를 무시한다. NGO 지도자들은 국민 대중을 대표한다고 말하지만, 그 국민은 그들을 선출한 적이 없다.
사회운동 NGO들이 사회운동에서 한 커다란 기여에도 불구하고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이들과 함께 운동을 건설하면서도 개혁주의와 단일쟁점주의가 아니라 근본적 변혁과 총체적 세계관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변혁운동 활동가들의 몫이다.
NGO 정치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격주간 〈다함께〉 65호에 실린 타이 사회주의자 자이 자일스 웅파콘의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