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팀 논설:
사회주의노동자연합 구속자들을 석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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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당국은 8월 26일 오전,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이하 사노련) 활동가 7명을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및 이적표현물 소지·반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다른 한 명은 수배자의 처지가 됐다.
이명박은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시장주의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공안 탄압을 하며 민주주의를 파괴해 왔다. 사노련 탄압은 민주주의 파괴가 좌파를 핵심 표적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적단체”, “국가변란 선전선동” 등의 단어들이 9시뉴스에 등장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역사의 시계가 1990년대로 거꾸로 돌아간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촛불 운동에 민주노총 노동조합이 조직적으로 동참하고부터 사노련은 물대포와 백골단에 함께 시달리며 촛불을 함께 들어 왔다. 경찰 말대로 “사노련의 깃발이 촛불 집회에서 발견됐다.”
사노련이 제작·배포한 신문 등은 모두 촛불 운동의 주장을 공유했다. 사노련이 ‘촛불행동강령’으로 내세운 미친 소 저지, 한미FTA 저지, 조중동 폐간, 비정규직 철폐, 물가인상 반대, 교육·의료 민영화 반대, 공기업 민영화 저지 등은 바로 촛불의 요구였다.
촛불의 요구
이밖에도 사노련은 그동안 노동자 투쟁에 적극 참여해 왔다. 사노련은 지난해 이랜드 노동자 투쟁을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한 투쟁에 함께 헌신해 왔다. 특히, 이번에 체포된 오민규 씨는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전 집행위원장이다.
오세철 교수는 1970~80년대 반독재 투쟁을 한 제자들의 영향을 받아 민주화 투쟁에 동참했고, 지금까지도 양심과 신념을 굽히지 않고 사회주의 운동을 해 온 원로 좌파 학자다. 오세철 교수는 “1987년에 나를 깬 사람이 있는데 바로 이한열(경찰의 직격 최루탄에 맞아 숨진 연세대 학생)이다. 이한열은 경영학과 86학번으로 내 과목을 듣던 제자였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착취당하는 노동자 편에 서서 온갖 백안시를 무릅쓰며 활동한 이들이 박해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명박과 공안당국은 사노련을 마녀사냥함으로써 촛불의 불씨를 짓밟고 조기 레임덕에서 벗어나는 데 이용하려 한다. 전국에서 불교도 20만 명이 모여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법회가 예정된 27일을 하루 앞두고 사노련 사건을 터뜨린 것이 이 점을 입증한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의 지적처럼 이명박 정부는 “촛불집회가 좌파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변질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전체 운동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으로 사노련을 “본보기로 선택”한 것이다.
사노련에 대한 마녀사냥이 성공하면 이명박은 자신감을 얻어 좌파에 대한 탄압을 확대하며 신자유주의·친제국주의 정책을 더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사노련처럼 북한과 아무 관계 없고 오히려 북한에 대해 비판적인 급진 좌파 단체들로 탄압이 확대될 수 있다. 〈동아일보〉는 “큰 제약을 받지 않은 채 활동해 온 극렬좌파단체들도 계속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탄압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전형적인 마녀사냥이니만큼 사노련을 방어하는 것은 촛불 진영 모두의 과제다. 이미 다함께, 민주노총,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등 진보적 사회단체들과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사노련 방어에 나서기 시작했다. 8월 27일에 열린 사노련 탄압 반대 기자회견에 폭넓은 단체들이 참가했다.
촛불의 불씨를 짓밟기 위해 국가보안법이라는 더러운 무기까지 꺼내 든 이명박에 맞서 강력한 저항을 건설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의 본질이 드러나다
이번 사건은 국가보안법이 진정으로 겨냥하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드러냈다.
‘친북’단체가 아니라, 북한 등 스탈린주의 국가를 “착취적이고 억압적인 반(反)노동자 계급적 사회체제로, 노동자 계급이 타도해야 할 반동체제로 규정”(사노련 홈페이지 ‘우리의 입장’)하는 단체에 ‘이적단체’ 구성 혐의를 적용한 것은 국제사회주의자들(IS) 사건 이후로는 거의 유례가 없던 일이다.
〈동아일보〉는 사노련이 “친북 성향의 단체가 아닌, 국제사회주의혁명을 꾀하는 트로츠키주의자들”이고, “그동안 방치돼 온 극렬좌파단체 수사의 신호탄”이라며 탄압을 반겼다.
신호탄
그동안 남한 지배자들이 국가보안법으로 파괴하려고 한 것은 바로 친북이든 혁명적 반북이든 관계 없이 노동자 운동 속에서 착취와 천대, 부당함에 맞서 어렵사리 저항을 해 온 단체들이었다.
남한 지배자들은 이 점을 은폐하고 좌파 단체들을 손쉽게 마녀사냥하기 위해 북한 정권과의 연계나 친북사상을 핑계로 이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명백히 북한 체제에 반대하는 사노련에게 ‘이적단체’ 혐의를 적용함으로써 국가보안법이 무엇을 겨냥하는지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 점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과 껴안고 선물을 주고받았던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남한의 주체주의 활동가들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한 모순에서 이미 드러났다.
누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는가
경찰과 주류 언론은 사노련이 자본주의 폐지와 사회주의 혁명을 추구한다는 점을 공격한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며 국가 변란을 선전·선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누구든 자신의 사상을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사노련 창립식에서 축사를 한 김수행 교수의 말처럼 “글 쓰는 것은 자유”이며, “그것을 갖고 이적단체라고 하면 완전히 학문의 자유랄까 양심의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자유민주주의를 거스르고 있는 것은 바로 우파와 이명박 정부인 것이다.
보안수사대는 오세철 교수와 학문·사상의 자유가 부각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교활하게도, 사노련이 촛불항쟁을 계기로 “행동으로 전환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사회주의자들끼리 견해를 교환하며 토론하는 것은 괜찮고 그런 견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법에 저촉된다는 당국의 입장은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우파가 이처럼 사상의 자유, 정치적 자유를 다시 노골적으로 부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지배자들과 그들의 이명박 정부가 강력하지 않고 오히려 취약하고 위기에 처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사회주의자와 반자본주의자는 조금치도 위축되지 말고, 그러나 안전에 신경쓰면서 계속해서 조직 건설을 위해 분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적 자유권을 위해서도 투쟁해야 함은 물론이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끝났다’, ‘민주화 이후’ 따위를 말하는 현학자들과도 또한 논쟁해야 한다.
오늘날 자본주의가 낳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경제 위기, 전쟁, 환경 재앙의 참혹한 현실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 이런 모순 투성이의 자본주의를 폐지하고 대안 사회를 건설하려는 고민과 노력은 완전히 정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