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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김상배 엮음, 한울 아카데미:
인터넷을 해부한 훌륭한 안내서, 《인터넷 권력의 해부》

이번 촛불 운동과 함께 인터넷의 ‘힘’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온라인 필명 ‘안단테’가 발의한 이명박 탄핵 서명이 삽시간에 백만 명을 넘긴 것이나, 전경이 시위대를 잔혹하게 폭행하는 영상이 세계적으로 퍼진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몇몇 주요한 인터넷 카페들은 운동 건설에서 핵심적 일부를 자임했고, 인터넷 토론 게시판은 시공간적 거리를 뛰어넘는 토론의 장이 됐다.

논란도 많았다. 다음과 네이버의 댓글 삭제, 추천수와 검색 순위 조작, 검색어 금지 조처, 게시물 열람 통제, 인터넷 종량제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의 전횡과 이명박 정부·기업들의 여론 통제 시도가 이어졌다.

지난 5월에 출간된 《인터넷 권력의 해부》는 인터넷의 이런 장·단점을 가려내려는 필자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필자들은 인터넷이 현실 사회에 수많은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전세계로 뻗어 있는 인터넷 네트워크가 대안세계화운동의 확장에 기여한 점이나, 온라인 공간에서 시작된 다양한 창발적 아이디어들이 역동적인 삶의 세계인 ‘오프라인 운동’에 기여한 것, 그리고 그런 기여들이 사회운동의 발전에 미친 영향들에 대해서도 서술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런 풍부한 기여의 다른 한 편에서, “최대한 많은 광고가 가장 효과적으로 집행되는 공간이 되도록 기획·구성”되는 인터넷 포털의 속성이 “자본의 권력관계가 깊숙이 개입”할 여지를 제공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 결과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크의 형성은 이때까지 정치·경제적으로 적은 권력만을 가진 소수자들에게 강력한 도구도 되었지만, “자본권력”과 “국가권력”에게도 효율적인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 검색 시스템 조작에 따라 경제적·정치적 판도가 수시로 뒤바뀌는 “구글아키(googlarchy)” 현상부터 ‘다음 아고라’의 추천수 조작과 게시물 삭제까지 ─ 이를 입증하는 풍부한 사례들이 소개돼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진 문제들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인터넷이 ‘진공의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간’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들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 전체를 통해 저자들은 UCC, 정보 검색, 위키피디아로 대표되는 신개념 지식 공유, 지적 재산권 문제, 인터넷 토론방, 온라인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현실과 인터넷 공간 사이의 밀접한 연결을 밝히는 풍부한 사례를 제시한다.

인터넷 공간 탐구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부를 만한 이 책은 촛불 운동을 계기로 불거진 인터넷에 대한 다종다양한 쟁점들에 대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