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치 않은 이명박의 앞날과 18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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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얼마 전 “로켓은 처음 발사될 때 연료의 90퍼센트를 쓰지만 일단 중력의 한계를 돌파해 하늘로 솟구치면 연료가 거의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명박 로켓은 엄청난 연료를 쓰고도 아직 대기권 근처도 가지 못했다. 취임 첫 6개월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불도저의 운전석에 앉기만 하면 금세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을 것 같던 이명박에 대한 지배자들의 실망은 매우 크다. 최근 세계경영연구원이 CEO 1백18명에게 물은 결과 84퍼센트가 이명박이 “기대 이하”라고 답했다.
MB맨 김용태도 “이명박 정부가 지난 6개월간 씻기 어려운 역사적 죄를 지었다”며 재벌·강부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을 가슴 아파했다.
이 때문에 가까스로 구성한 18대 국회 개원을 맞아 이명박의 각오는 남다르다. 이명박은 “MB 리더십이 주눅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이제 내가 많은 것을 결심하고 행동할 준비가 됐다”며 온갖 친기업 법안 추진 의욕을 불태웠다.
재벌·부자들이 활개치고 다니며 돈을 벌 수 있도록 세금을 깎아 주고, 규제를 풀어 주고, 부동산 투기를 돕는 법안들과 재벌·다국적기업을 위한 종합선물세트인 한미FTA 등이 줄줄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절반을 훌쩍 넘는 의석도 못미더운지, ‘몸싸움과 단상점거 금지법’까지 만들어 야당의 발목을 잡고 자기들 멋대로 하려고 한다. 촛불이 커질 때는 ‘제도권에서 대화로 해결하자’더니, 촛불이 사그라들자 곧바로 제도권(국회)을 개악 추진의 고속도로로 만든 것이다.
이명박은 친기업 정책 추진이 ‘집토끼’(전통적 보수층)를 결집시켜 약간 올라간 지지율을 더욱 높일 것이고, 이것을 기반으로 ‘산토끼’(중도층)를 잡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거품
그러나 이명박 지지율은 여전히 노무현 퇴임 직전의 지지율에도 못미치고 있고 “금메달 하나당 1퍼센트씩”이라는 올림픽 효과로 조금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자 중에서도 절반만이 이명박을 지지하고 있다. 이명박이 추진 중인 정책들에 대한 반대 여론은 60퍼센트 정도로 찬성보다 높다. 무엇보다 “내(이명박)가 대통령이 되면 경제가 좋아지고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라는 너무 많은 기대가” 커다란 분노로 바뀌고 있다.
이런 압력 때문에 한나라당이 나서서 ‘상수도 민간위탁’과 ‘법인세 인하’에 제동을 걸고 어청수 경질을 건의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고, 정몽준이 “진보적 가치를 수용해 나가자”고 한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불도저는 소리는 요란하지만 시동이 잘 걸리지 않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는 대상과 규모가 축소됐고, 부동산 대책도 투기꾼들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종수는 “쇠고기 촛불집회 이후 …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이익집단의 조그만 반발에도 정책이 흔들리고 뒤바뀌기 일쑤”라며 “이명박 정부는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한다’는 비난을 받을 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재벌·부자들하고만 소통하는 이명박 정부는 이런 위로부터 압력에 따라 18대 국회를 통로 삼아 계속 우회전 질주를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그 앞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