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을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투쟁은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이었다.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는 이 노동자들의 얘기를 다룬 책 이름이다. 그리고 이랜드 노동자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은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잘 담아냈다. 주로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들의 인터뷰로 구성된 이 책은 직접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우리가 견딜 수 없는 건 모멸감이에요”, “그때 생각하면 진짜로 따사로운 봄날 같아요”, “이기든 지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 거 같아요.” 노동자들이 말하는 투쟁에 나서게 된 계기, 파업을 하며 느낀 해방감, 의식의 변화 등은 인터뷰 형식으로 이뤄진 이 책에서 맛볼 수 있는 묘미다.
소박한 꿈
‘진상 고객’으로 가장한 관리자의 모니터링에서는 단지 웃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벌점이 매겨진다. 화장실 가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입술 칠하는 색을 검사하고 양말 종류까지 통제한다는 끔찍한 이야기들. 그래서 그들은 인간이기를 보장받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매장 점거 당시 지도부는 1박 2일 계획으로 점거를 들어갔으나 조합원들의 요구로 무기한 점거 파업에 돌입한다. 투쟁의 정점이었다. 경찰은 점거 노동자들의 몇 십 배가 넘는 병력을 동원해 이들의 ‘소박한 꿈’을 짓밟았다.
그러나 이랜드 투쟁은 정치적 승리를 거둔 투쟁이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77.6퍼센트의 응답자가 “정부와 회사의 잘못”이라고 답했다. 완전한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민주노총의 전국적 연대 파업이었다. 이 책에서 이런 평가를 담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랜드 노동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아직도 싸우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이랜드 투쟁의 시작과 뜨거웠던 여름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