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노후를 도박판에서 날려 버린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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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해외투자에 열을 올리던 이명박 정부가 결국 사고를 쳤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지난 몇 달 만에 “국민연금 주식투자 평가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7조 원이 사라졌다.”
패니메이, 프레디맥에 투자한 5백억 원은 전부 날렸고 리먼브러더스에 투자한 1천9백70만 달러는 반토막이 났다. AIG에 투자한 4천1백90만 달러는 80퍼센트 이상을 날렸다. 메릴린치에 투자한 1천만 달러도 5분의 1이 날아갔고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수조 원을 날렸다.
이 돈이면 지금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 8만 5천 원을 34만 원으로 올리고도 남는다. 기금 고갈을 막아야 한다며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을 삭감한 자들이 반년 만에 4년치 기초노령연금에 해당하는 액수를 날려먹은 것이다.
7조 원 손실
그것도 모자라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주식은 저평가돼 있을 때 사야 한다’며 파산한 은행들과 미국 부동산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노무현의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개악이 있은 지 1년도 안 돼 이번에는 주식투자로 기금을 날렸으니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의 노후를 기업주들과 부자들의 자산 증식·보전에 쏟아붓는 미친 투자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기금 운용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기금운용위원회를 민주화해야 한다.
한편 진보신당은 이명박 정부의 기금 운용을 비판하면서도 “기금을 확보하기 위한 해외투자를 하지 말라고 할 순 없다”며 “국채 등 안정성이 확실한 투자처”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지금 ‘안정성이 확실한 투자처’는 찾기 힘들다. 최근의 잇단 조처로 미국의 재정 적자가 2배 이상 늘어났고 위기가 더 심화하면 미국 국채뿐 아니라 달러화 가치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진보신당의 이런 모순된 태도는 현재 수백조 원의 기금을 쌓아 두는 한국의 적립식 연금 제도를 고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기금을 쌓아 둬야 한다면 일정 수준 이상 투자 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금을 적립하지 않고 매년 필요한 연금만큼 보험료를 걷는 부과식 연금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애당초 기금 적립은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한 기업주들에게나 유리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늘어나는 보험료는 정부와 기업주, 그리고 부자들이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국민연금을 나아지게 할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