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실린 정성진 교수의 ‘월스트리트 자본주의 모델의 종말’은 기존 보수 언론은 물론이고 진보적 매체들조차 간과하는 점들을 짚어줬다는 점에서 유용했습니다. 허나, 몇 가지 점에선 의문이 듭니다.
우선, 정 교수는 이번 금융 위기가 “신자유주의가 종언을 고하고 국가주의로 결정적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금융 위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 방식은 신자유주의의 각종 위기 국면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1980년대 말 미국 저축대부조합이나 지난 90년대 말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 사의 처리 과정에서 그러했습니다.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도 리먼브러더스와 AIG에 대한 대응이 방임과 구제라는 차이로 나타나는 것도 그 한 예이지 않을까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에 대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같이 할 수 있게 미국 정부가 허용해 준 것을 봐도 정말로 신자유주의가 종언을 고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신자유주의의 종언?
두 번째로 정 교수의 ‘신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의 금융세계화 측면’이라는 다소 좁은 틀에 바탕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일반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설명할 때는 ‘부의 양극화, 노동의 자본으로의 가치 이전, 반노동 공세’라는 측면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신자유주의는 종언을 고하기는커녕 더욱 반노동적 공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국 자본가 정부들과 금융·산업 자본들이 금융 세계화의 과실을 하루 아침에 버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최근 위기 국면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금융규제 완화같은 조치를 밀어붙이려하는 것이나 산업은행이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추진하려 했던 점 등에서 이를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지금의 금융위기가 ‘신자유주의의 종언과 국가주의로의 결정적 선회’로 가기보다는 이 두 가지 사이를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혼란스럽게 반복하며 모순을 키울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