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은 성공회대 대학원에서 환경사회학을 전공하고 현재 조선대학교 강사로 재직 중이다
25도를 넘나드는 한낮 기온에 가을의 묘미를 잃어가고 있듯이 지구온난화는 현실 그 자체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연구해 온 저명한 환경운동가 조지 몬비오는 《CO2와의 위험한 동거》에서 긴급하고 고민의 흔적이 물씬 풍기는 제안을 내놓았다.
그는 기후학자들의 과학적 자료를 토대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현재보다 1.4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고작 탄소배출량의 5.2퍼센트 감축만을 의무화한 교토협약으론 이것을 이룰 수 없다.
선진국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평균 90퍼센트 정도를 감축해야만 위기를 막을 수 있다. 이처럼 단호한 온실가스 감축은 지금의 기술로 충분히 가능하다.
저자는 현대 문명을 포기하고 산업사회 이전으로의 회귀를 주장한 환경론자들을 비판한다. 몬비오는 “산업과 문명의 양립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가스 연소 발전소와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통해 ‘전적으로’ 전기를 생산한다면 전력 체계의 탄소 배출량은 현재의 15퍼센트 이하가 될 것이다. 여기에 주택·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성과 대중교통을 활용하는 운송체계를 도입한다면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상상력
몬비오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가능함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도 밝혔듯이 이것이 “정치적으로 가능한지를 증명해” 보이지는 않았다. 탄소 배출량을 90퍼센트 줄이는 현실적 방안의 ‘실현’은 저자의 몫이 아니라 우리의 사회 운동에 달려있다.
그런데 조지 몬비오는 탄소 감축의 목표‘만’을 고려하다보니 핵발전소에 대해서는 다소 관대한 듯하다. 그는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 해법으로 노천 광산에서 석탄을 캐는 방법보다 원자력을 우선순위에(끝에서 두 번째) 둔다. 물론 그는 확실한 대안은 재생에너지라고 한다.
몬비오의 핵발전에 대한 모호한 태도는 헬렌 칼디코트가 쓴 《원자력은 아니다》를 통해 일소해 버릴 수 있다. 세계적 반핵운동가인 저자는 원자력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적 에너지라거나, 태양·풍력 발전보다 경제적 에너지라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체인이 달린 톱으로 버터 1파운드를 자르는 것”에 비유될 핵 발전을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비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 방식이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덴마크인들은 핵발전소를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내 아이들이 다섯 손가락을 가지길 원했기 때문에 우리는 핵에너지는 안 된다고 선택했습니다”라는 핵발전소 반대자의 이야기는 핵의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다만 저자가 내놓은 해법은 정치적으로 불충분하다. 헬렌 칼디코트는 개인의 에너지 절약형 생활방식과 기업의 생산방식 전환을 주장한다.
이러한 해법이 불평등한 체제를 바꾸려는 조지 몬비오의 대안들과 접목된다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현실적 방안들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