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촛불〉 8호는 지금의 세계경제 위기가 ‘단지 신자유주의의 위기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의 위기다’ 하는 급진적인 주장을 담고 있었다.
나는 이 헤드라인이 속 시원하긴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 너무 센 주장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한편에 있었다.
그러나 내 생각은 10월 10일 〈저항의 촛불〉 명동 거리 판매에서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은행 노동자들을 주 대상으로 한 거리 판매에서 준비해 간 〈저항의 촛불〉 29부가 40분 만에 모두 동이 났다.
신문을 권했을 때 1면을 보고 선뜻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현 경제 위기로 인한 불안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가 광범하게 존재하며, 한편으로는 이 위기의 원인과 대안에 높은 관심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경쟁과 착취를 낳는 자본주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 주지만, 동시에 급진적 의식이 싹틀 수 있는 밭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지금의 문제들이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서 비롯된다는 것과 그 대안에 대해서 자신감 있게 주장할 필요가 있다. 이런 주장에 귀 기울일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