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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여전히 신자유주의 몽둥이를 휘두르는 IMF

신자유주의는 약자를 괴롭히는 강자의 논리다. 이것은 오늘날 경제 위기에서 배워야 할 몇 가지 주된 교훈들 중 하나다.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이었던 1980년대에도 미국은 자신이 자유시장 정책을 실행하는 것보다 다른 국가들에게 그것을 채택하라고 종용하는 데 훨씬 더 열을 올렸다.

미국은 자국의 은행과 기업 들에 이로운 조처들 ─ 예컨대, 규제 철폐와 민영화 ─ 을 엄선해 추진했다.

그러나 미국은 경제 침체를 막으려고 공공 지출(특히 군비)을 늘리고 세금(대개 부자들에게 부과되는)을 깎아 주고 금리를 낮추는 일도 거리낌없이 추진했다. 이런 사실들은 독보적인 자본주의 국가라는 미국의 지위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따라서 조지 부시 정부가 미국 금융 체제를 구제하려고 대규모 국가 개입을 단행한 것과 부시의 전임자인 빌 클린턴 정부가 1997~98년 동아시아 위기에 대처한 것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동아시아 위기 때 미국은 IMF가 한국과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 매우 가혹한 긴축 정책을 강요하는 것을 지지했다.

이번엔 위기가 체제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번지면서 영국과 유로화 사용 지역을 강타하고 더 취약한 ‘신흥 시장들’을 휩쓸었다. 이들 중 다수 ─ 예컨대, 아이슬란드, 헝가리, 우크라이나, 파키스탄 ─ 는 2000년대 중반의 신용 호황 때 엄청난 돈을 빌렸다가 지금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야만적 도전

지난 몇 주 동안 미국 달러나 스위스 프랑에 견준 중동부 유럽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폭락했다. 금리가 아주 낮고 자국 통화가 강세일 때 스위스 프랑으로 모기지 대출을 받으라는 권유를 따랐던 평범한 사람들은 이제 그 돈을 갚는 데 엄청난 부담을 지게 됐다.

결국 IMF가 다시 나서서 위기에 빠진 국가들에게 긴급 대출을 해 주고 있다. 일부 국가들의 경우에, 1990년대 ‘구제금융’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 야만적 조건들이 또다시 강요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IMF의 구제 금융 20억 달러를 받으려고 금리를 무려 18퍼센트까지 올려야 했다. 신용 평가 기관인 피치의 브라이언 코울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금리를 올리면 최악의 경기 후퇴가 닥칠 것이다. 그러나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

이런 대응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아무리 IMF라 해도 위기에 빠진 국가 모두에게 줄 만큼 자금이 충분치 않을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IMF가 쉽게 빌려 줄 수 있는 자금인 2천억 달러도 금세 바닥날 수 있다.

둘째, 훨씬 더 강화된 긴축 정책들은 남반구의 더 강력한 국가들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정책들이 시행된다면, 세계경제는 ‘최악의 침체’에 빠질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이 정말로 피하고 싶어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미국과 IMF는 ‘위급한 나라들’을 양과 염소로 나누고 있다[목자가 양과 염소를 구분하듯 하나님이 사람들을 심판해 나눈다는 성경 구절에 비유한 것]. 지난 10월 2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브라질·멕시코·싱가포르·한국과 각각 3백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고 발표하면서 이 나라들은 “체제 전체로 봤을 때 중요”하고 “잘 관리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렇게 논평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결정은 달러가 국제 준비통화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준 것이다. 또 이것은 미국의 지정학적·경제적 힘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에 재빨리 대응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 구실을 하고 있다. 적어도 미국의 동맹국들과 주요 무역 상대국들에게는 확실히 그렇다.”

같은 날, IMF는 자신이 승인한 정책들을 펴는 소수의 국가들에게 거의 조건 없이 제공할 수 있는 긴급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칠레와 체코공화국이 가능성 있는 후보로 거론됐다.

IMF 총재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은 자격 미달 국가를 구체적으로 거명하진 않았지만 아르헨티나만은 IMF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를 제외시킨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와 그의 후임 대통령이자 부인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치하의 아르헨티나는 최근 외채 지급불능을 선언할 때까지 IMF의 ‘구제 방안’을 거부해 왔다. 또 미국과 영국에서 케인스주의가 득세하기 전부터 케인스주의 정책들을 추진했다.

메시지는 간단하다.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 경제를 구제하는 데 필요하다면 국가 개입도 괜찮다. 이제 무시하기엔 너무 강력해진 남반구 국가들의 국가 개입도 괜찮다.

그러나 나머지 국가들은 IMF가 늘 휘둘러 온 낡은 신자유주의 몽둥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교수이고,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이다. 국내 번역된 주요 저서로는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책갈피)과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책갈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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