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청소년들에게 권하는 꿈이 자라는 책 ①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는 까치에게》 (김진경 지음, 푸른 나무):
교실에서 짓밟히는 아이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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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책읽기에 재미를 붙이는 순간 세상 보는 눈이 뜨이기 시작한다. 진지하게 책 속의 세계로 빠져드는 순간, 나는 나 홀로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오히려 드넓은 세계와 유기적 관계에 놓이는 사회적 존재가 된다.
나는 학생들에게 선물을 할 경우 지난 17년간 이 책을 사주곤 했다. 김진경 선생님이 쓴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는 까치에게》. 군부 독재의 폭압이 절정에 달하고 있던 1985년, 현직교사로 일하다 소위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저자가 1988년에 낸 책인데, 여기 실린 글들은 그 이전에 쓰인 것들의 모음이다. 전두환 독재 시절 고등학교 교사로서 느낀 고뇌와 분노가 오롯이 느껴지는 진중한 글들이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 반 한 친구가 ‘민중교육지’를 어떻게 구해 가지고 와서는 야자 시간에 감독 소홀을 틈 타 자랑스럽게 소리 내어 읽으면서 친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곤 했었다. 그 친구가 읽어준 시들은 교과서에 배운 것과 너무나 다른, 거칠고 직선적인 표현으로 넘쳤다. 어딘가 모르게 강하게 끌리던 그 시들에 대한 인상은 ‘민중교육’이라는 생소한 단어와 함께 뇌리에 각인되었다.
그리고는 몇 년이 지나, 전교조 해직교사 신분으로 대학 학생회 초청 강연을 오신 세 분의 선생님들을 뵙게 되었다. 교직을 꿈꾸던 나에게, 그 분들의 꼿꼿한 기상과 단호하고 힘 있는 아우라는 깊은 감명을 주었다.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이 좋은 것이다! 정의로움에서 오는 당당함에 빛나는 눈빛을 가진 그 선생님들 중에 김진경 선생님이 계셨다.
군사 문화가 온 사회를 지배하던 거대한 병영 사회에서의 학교는 어떤 모습이었겠는가? 그 속에서 학생과 교사는 얼마나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겠는가? 이 책은 잊고 지내던 그 시절의 암울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군복 입은 교련 선생님의 일상적인 구타와 욕설이 난무하고 한 대라도 맞지 않으면 집에 가기가 오히려 불안했던 나의 고교 시절. 군대 가서 받은 잔인한 기합들은 고교 시절에 이미 모두 체험해 본 것들이었다. 한여름 방과후마다 교련 사열을 위해 운동장을 수없이 돌다가 친구들이 픽픽 쓰러져도, 수학 문제 못 푼다고 주먹으로 뺨을 수없이 맞아도 항의 한 마디 할 수 없었던 침묵과 굴종의 세월들.
오늘의 학교와 교육도 잘 살펴보면, 감시와 통제와 처벌이 작동하고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어쩌면 우리 학생과 교사는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철저히 통제당하고 있는지 모른다. 따라서 그 시대의 고민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또한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이의 따뜻함은 늘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음을 이 책에서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곧 우리가 희망을 놓지 않는 이유임도 알게 된다.
말이 안장에 앉아 사람을 몰고 가는, 주객전도의 시대는 심화되면 되었지 덜하지는 않다. 학교는 여전히 학생을 몇 과목으로 줄 세우고, 자율과 자치보다는 규율과 통제가 우선된다. 교문은 여전히 군대 위병소이며, 조회대는 높은 사람들이 호령하는 곳이다. 교실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보다 성적 좋은 사람이 더 대접받는 곳이다. 학교는 여전히 가기 싫은 곳, 인간보다는 그 무엇이 우선시되는 곳이다.
무엇이 학교를, 교육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글쓴이의 생각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어느덧 우리는 이런 교육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이 사회의 권력 체계를 읽어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과거의 빛바랜 학교 사진을 컬러 인쇄하여 다시 보자. 오늘의 학교가 제대로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