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촛불〉 11호 독자편지에서 가야 씨는 ‘루즈벨트를 민중주의자(포퓰리스트)라고 볼 수 없다'라고 말하며 〈저항의 촛불〉 10호 ‘뉴딜이 노동자들에게 이득이 됐는가?' 기사에 대한 부분적 이견을 비친 바 있다.
가야 씨의 주된 논거는 루즈벨트 역시 노동자들에 대한 가혹한 탄압을 준비했던 반노동자적 인물이라는 것이다.
가야 씨는 민중주의를 친노동적, 반자본적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민중주의는 좌파건 우파건 종종 동원하는 이데올로기다. 노무현도 때로는 민중주의적 언사를 사용했고 심지어 〈조선일보〉도 민중주의에 호소할 때가 있다.
역사에서 민중주의를 가장 상징하는 정치 세력은 아르헨티나 후안 페론의 정당일 것이다. 페론은 토착 지주와 외국 자본에 반대하는 주장으로 도시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기도 했지만, 강력한 민족주의 성격 때문에 파시스트를 포함한 극우도 페론에 이끌렸다. 페론은 노동조합 내 좌익을 탄압했고 자신을 지지하는 노조 관료들과는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1946년 페론이 선거에서 승리했을 때 아르헨티나 경제는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경제 호황 덕분에 폭넓은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할 수 있었고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페론의 2차 집권기인 1970년대에 세계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지자, 페론주의 정당은 경제 위기로 크게 분열했고 페론주의 우파는 다시 파시즘으로 나아갔다. 페론 자신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좌파를 공격했다.
1975년 노동자들이 페론 정부에 반대해 최초로 총파업을 벌였다. 페론과 유착돼 있던 노조 관료들은 통제력을 상실했다.
루스벨트의 정책을 민중주의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친노동자적 인물이어서가 아니다. 민중주의란 것이 자신의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 대중들의 감성에 호소하고 때로는 그들의 입에 맞는 정책을 내세우기도 하는 정치 행위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관련 독자편지 : 루스벨트를 ‘민중주의자’라고 볼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