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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가 아니라 이명박이 ‘공공의 적’이다

이 글은 11월 22일에 열린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무원ㆍ교원ㆍ공공부문노동자 총궐기대회에서 다함께가 배포한 리플릿에 실린 글이다.

수구세력의 낡고 낡은 ‘빨갱이 몰이’가 계속되고 있다. 전교조마저 소위 ‘이적단체’로 고발했다. 공공성을 주장하면 ‘빨갱이’, 사익을 옹호하면 ‘자유주의’란다. 적반하장이다. 과연 누가 이 사회의 진정한 ‘공공의 적’인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 공무원·교사는 이 사회의 적이 아니라, 이 사회를 보다 인간다운 사회로 만드는데 이바지하는 공익의 수호자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표현을 빌자면, 우리 공무원·교사는 국가의 오른 손에 대응하는 ‘국가의 왼손'이다.

국가 권력으로 곧 잘 포장되는 사회 귀족들의 이익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손으로 수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각성된 우리의 손이 멈추면 권력의 작동도 멈추게 된다. 우리는 소수의 귀족이 아니라 민중을 위해 일해야 한다. 헌법 정신과 공공성을 위해 땀 흘리는 것이 우리의 보람이어야 한다. 교사는 국가의 획일적 이데올로기를 다음 세대에 주입하는 권력의 마름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주체적·창의적·대안적 사고를 열어주는 꿈의 메신저가 돼야 한다.

MB 정권은 신자유주의가 스스로 파놓은 무덤 속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경제 위기의 책임을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오롯이 전가하면서 교묘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전교조와의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은 일제고사를 기필코 강행해 초등학교 학생의 성적 비관 자살 등 청소년 학대의 비극을 주도했다. 일제고사로부터 학생 인권을 구하기 위해 양심대로 실천한 교사들에 대해 징계가 진행되고 있다. 교사 다면평가는 교원평가 구조조정의 전초전으로서 현장을 들쑤시고 있다.

교육자로서의 자긍심을 짓밟는 것은 물론이요, 노동자로서의 교사 정체성까지 완전히 부정하는 권력의 만행에 대해 전교조 조합원들은 이제 관망과 체념을 넘어 역공과 반격으로 기세를 다잡아가야 한다. 체념은 더 큰 체념을 불러올 뿐, 서슬 퍼렇던 군사 정권하에서도 정의감 하나로 꼿꼿이 신념을 주장한 전교조의 드높았던 기상을 다시금 보여줄 때다. 반신자유주의를 넘어 대안적 교육 체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여 민중 사회와 함께 하나하나 쟁취해 나아가야 한다.

공무원·교사 총궐기의 날을 맞아 오늘 추위 속에 여기 모인 우리는, 이 사회의 ‘공공의 적’이 누구인지 명확히 짚어 단호히 단죄하자. 그리고 오른손이 아닌 왼손을 번쩍 들고, 우리의 역할을 새롭게 다짐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