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경기부양책:
오바마의 예산안은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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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일에 버락 오바마는 임기 첫 예산안을 제출했다. 이 예산안은 오바마가 조지 부시와는 확연히 다를 거라는 기대를 한껏 고무했다.
예산안에는 국민의료 보험 도입, 교육 재정 확충, 더 엄격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등 좌파 대부분이 환영할 만한 약속들이 담겨 있었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부자에게서 가난한 사람에게로 약간의 부를 재분배하는 조처였다. 오바마는 미국 극빈층에 대한 의료 지원을 확대하고자 2011년으로 돼 있는 부유층에 대한 감세 조처 기한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오바마 예산안에는 문제가 있다. 이 예산안의 성공 여부는 경기 회복에 달려 있는데, 경기가 금방 회복될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2008년 마지막 분기에 미국 경제 성장률은 -6.2퍼센트였다. 이것은 1982년 이래 최악의 기록이며, 전문가 대다수가 예측한 것보다 하락률이 갑절로 높다. 경제 위기는 심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 침체 속도도 더 빨라지고 있다.
수많은 평범한 미국인의 삶은 이미 경제 위기로 만신창이가 됐다. 미국인들은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다. 2009년 1월에만 일자리 60만 개가 사라졌다. 이것은 1974년 12월 이래 최대 규모다.
“시장식 해법” 통한 복지 재원 확보
일자리가 사라지면 주택 담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집세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경제 위기의 주요 원인인 주택 위기도 심각해진다. 2008년에만 미국에서 주택 2백30만 채가 회수됐다.
그리고 오바마 예산안의 성공은 예산안 제출 직후에 발표된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 조처에 좌우될 것이다. 오바마의 계획대로라면 최소한 2011년까지 5만 명 정도의 미군이 이라크에 남아 있을 텐데, 이것은 오바마의 반전 지지자들의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조처다.
더구나, 이라크의 상황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미군 일부를 철수한다는 계획도 바뀔 수 있다. 또,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더 나빠지면서 미군 수만 명이 아프가니스탄 ‘안정’을 위해 증파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군비는 미국 경제를 되살린다는 오바마의 예산안에 반영돼 있지 않은 것 같다.
오바마는 경제 위기를 ‘케인즈주의적’으로 해결하려 한다. 즉, 국가 개입을 늘려 자본주의를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태생적으로 문제가 있다. 자본주의가 불안정해지는 핵심 이유 즉,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한 무자비한 경쟁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못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예산안의 문제점은 일자리 창출을 민간 기업들에 맡기고 “시장식 해법”을 활용해 복지 재원 확보를 꾀하는 데 있다.
예컨대, 예산안에는 메디케어(고령자·장애인 의료보험 제도) 보험 사업을 놓고 민간 보험 회사들을 경쟁시켜 앞으로 10년 간 1천7백50억 달러를 절약해 재원을 확충한다는 계획이 있다. 또, 이산화탄소 감축안에는 ‘이산화탄소 거래제’의 도입이 포함돼 있다.
또, [국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지 않고 민간 기업들에 맡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민간 기업들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 없이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경제 상황이 나빠질수록 투자를 늘리기보다 줄일 것이다.
물론, 국가가 의료와 교육 지출을 늘리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 조처들은 자유시장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직접적 도전이며, 사람들이 새로운 대안에 눈뜨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훨씬 급진적 대응이 필요하다. 은행을 국유화하고, 정리 해고를 감행하는 기업들을 몰수하고, 국가는 돈독이 오른 민간 기업주들에게 재정을 투입하기보다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공공서비스 확충에 직접 투자해야 한다.
오바마는 2년간 기다리지 않고 지금 당장 부자 감세안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할 수 있었다. 은행과 기타 대부업체 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대신, 고통받는 주택 소유자들을 돕게끔 강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할 수도 있었다.
오바마의 예산안은 4월에 최종 확정될 것이다. 예산안에서 아직 정해지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평범한 미국인들의 기층 활동 규모에 따라 예산안의 내용과 궁극으로 누가 자본주의 위기의 대가를 치를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