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1천만 원 시대:
알바는 필수, 휴학과 학자금 대출은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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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대학생 한 명이 또 목숨을 끊었다. 고려대를 중퇴한 정 씨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알바를 계속했지만 고시원비조차 못 내 차가운 한강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
올해 주요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난 수년간 경제 한파 속에서도 등록금은 치솟을대로 솟아 이제 더는 등록금 동결로는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이 85퍼센트나 될 정도로, 이제 대학은 웬만큼 괜찮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라도 꼭 거쳐야 할 과정이 됐기 때문에 비싼 등록금은 노동자들 대부분이 직면한 중요한 문제다.
노동자 한 명이 자식 둘을 대학 보내려면 22개월치 월급
특히 올해는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노동자들의 명목임금과 실질임금이 함께 감소해 등록금 내기가 더 빠듯해졌다. 이제 대학생들에게 ‘알바는 필수, 휴학은 기본, 학자금 대출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 됐다.
등록금 버느라 대학시절 다 보내
서울의 한 사립대 도예과를 졸업한 구유나 씨도 이런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구 씨는 어려운 집안 형편에 언니와 동시에 대학을 다니는 바람에 1학년 때부터 등록금을 손수 벌어야만 했다. 학교를 마치고 새벽 3시까지 매일 맥도날드 알바를 하고, 낮에는 수업 시간을 쪼개 학교 근로장학생 일을 했다. 나중엔 그조차 못하게 돼 옷가게, 레스토랑, 갤러리 안내 등을 전전하며 알바를 했다.
이렇게 일했지만 결국 돈이 모자라 마지막 학기에는 학자금 대출 신세를 지고 말았다. 등록금 버느라 대학시절을 다 바친 구 씨가 졸업 후 얻은 것은 열악한 일자리뿐이었다. 이제 구 씨는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대출금까지 갚아야 한다.
대학에서 근로장학생 알바를 한 손주은 씨
등록금 내기가 어려워서 휴학하는 대학생들도 급증했다. 지난해 휴학률은 IMF 시절로 돌아갔다. 고려대 김수정 씨
등록금넷
학자금 대출에 의존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데도 정부는 야금야금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이자를 올렸다. 올해 학자금 대출 이자도 7.5퍼센트나 된다. 주택담보대출에 맞먹는 수준이다. 정부는 은행이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학생들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정부 고등교육 재정 부담률 겨우 15퍼센트
기업과 사회가 교육의 수혜자이므로 교육은 사회가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고등교육 부담 비율은 겨우 15퍼센트밖에 안 된다
노동자·서민들이 등록금으로 고통받고 있을 동안, 사립대학들은 등록금으로 계속 배를 불리고 있었다. 2007년 사립대학들이 예산을 뻥튀기 편성해 놓고 실제로 쓰지 않은 돈
이 돈은 재단의 재산을 불리는 데 쓰인다. ‘부자 학교’들은 이미 펀드시장의 큰 손이다. 연세대는 이화여대·삼성과 함께 YES펀드에 가입해 매월 30억 원씩 적립하고 있다. 만약 금융위기에 펀드가 쪽박차면 결국 학생들에게 더 많은 등록금을 내게 할 것이다.
정부는 대학 재단에 펀드투자를 허용해 준 것이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연세대는 펀드 수익을 공개하고 등록금을 낮추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적립금은 규정상 등록금을 인하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