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공위성 발사 논란:
강대국이 하면 우주의 평화적 이용, 북한이 하면 대량살상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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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공위성 발사 예정일이 다가오자, 미국·일본·한국 정부는 북한 인공위성이 “중대한 위협”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대개 인공위성 기술이 탄도미사일 개발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 인공위성 기술이 “중대한 위협”이라는 점은 명백히 과장이다. 북한은 1998년 광명성1호를 궤도에 올려놓는 데 실패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갖췄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는 게 중론이다.
설령 이번에 북한이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 놓는 데 처음으로 성공한다 해도,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 이래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경쟁적으로 쏘아 올린 6천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게다가 미국은 ‘스타워즈’ 계획 등을 통해 지구 어느 곳이든 타격할 수 있는 구상을 실현할 기술적 수단으로 인공위성 기술을 활용해 왔다. 일본도 이미 H-2A로켓으로 고도 3만6천 킬로미터 상공의 정지궤도에 위성을 쏘아 올렸고, 이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얼마든지 전환 가능한 기술이다. 이쯤 되면 누가 진정으로 “중대한 위협”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미국·일본·한국 정부는 북한 인공위성 발사를 빌미로 대북 압박을 강화하려 한다.
미국은 인공위성 발사가 유엔 결의안 1718호 위반이라며 여전히 제재 위협을 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 정부의 대응은 더 강경하다.
일본 우파들은 북한 위협을 빌미로 독자적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MD를 통한 요격 운운하며 군사력을 증강할 명분을 쌓고 있다.
또한 이들 중 일부는 핵무장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 우파들의 핵무장 발언은 단지 허세가 아니다. 일본 우파들은 1990년대 들어 발전한 경제력에 걸맞는 군사력을 갖추고자 재무장을 강화하고 있고, 더 나아가 핵무장 국가가 되려는 야망을 숨기지 않아 왔다.
일본은 이미 오래 전에 핵무기 제조 기술을 구축해 놨고, 핵무기 1만 기 가량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과 사용 후 핵연료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군사전문 웹사이트 ‘글로벌 시큐리티’를 보면, 일본은 북한 인공위성 발사 논란이 한창인 최근에도 프랑스한테서 많은 양의 핵연료를 수입했다.
동아시아는 이미 미국·러시아·중국과 같은 핵무장 국가들이 있고, 여기에 일본까지 핵무장을 시도하면 그렇지 않아도 강대국들간 경쟁 때문에 불안정한 동아시아는 장차 끔찍한 핵전쟁 공포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른다.
PSI 참가는 위선적 압박에 동참하는 것
이명박 정부도 대북 강경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특히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정식 참가를 추진하려 한다. 미국 주도로 80여 국가가 가입해 있는 PSI는 대량살상무기를 운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이나 항공기를 수색하고 필요하면 나포해 관련 부품이나 물질을 압류하는 군사 작전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전은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권리인 무해통항권과 배치된다. 무해통항권대로 하면, 특정 국가 영해를 통과할 때 연안국의 안전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면 모든 나라 선박은 자유롭게 영해를 통과할 수 있다.
게다가 PSI는 완전한 이중 잣대에 기초를 두고 있다.
미국과 강대국들은 북한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인류 전체를 파괴하고 남을 대량살상무기를 어디든지 운반하고 실전에서 사용하지만, 이는 전혀 PSI의 제재 대상이 되지 않는다.
얼마 전 키리졸브 훈련에 버젓이 각종 대량살상무기가 무더기로 동원된 것을 보라. 위험천만한 일본의 핵연료 수입도 전혀 PSI의 제재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
심지어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도 이중 잣대를 적용해 왔다.
미국은 북한을 압박할 필요성이 있을 때는 북한 선박을 나포하고 해상 봉쇄를 통해 북한을 제재하는 도구로 PSI를 활용해 왔다. 물론 그때마다 대량살상무기를 운반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2007년 4월 8일치)를 보면, 미국은 2007년 1월 북한이 친미 국가인 에티오피아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에는 눈감아 줬다. 당시 미국은 에티오피아를 부추겨 소말리아에서 친미 정부를 위협하는 이슬람 반군을 진압하도록 했는데, 이에 사용된 무기가 북한에서 수입된 것이다. 미국은 2002년에도 알카에다 소탕에 협조적이었던 예멘 정부에 북한이 무기 수출하는 것을 용인한 바 있다.
이렇듯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는다는 PSI의 명분 자체가 위선일 뿐이다. PSI는 미국과 친미 강대국들이 제 입맛대로 사용하는 제국주의적 압박 수단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바로 이런 위선적 압박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도 PSI에 은밀히 동참해 왔다.
물론 북한과 중국 눈치를 보느라 제한적 범위에 머무르긴 했지만, 미국의 대북 압박에 협조적이긴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래서 당시에도 북한은 “조선반도에 핵전쟁의 참화를 몰아오는 위험천만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그런데 이제 이명박 정부는 전면적으로 PSI에 동참하려 한다. PSI 전면 참가는 해상에서 북한 선박을 검문·수색·나포하려다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낳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계획이다. 게다가 북한은 이런 위선적 압박에 더 크게 반발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불안정을 고조시킬 위선적인 PSI 전면 참가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