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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일제고사 반대 행동 취재:
“일제고사 폐지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

2009년 3월 31일. 지난해 3월과 10월에 이어 세 번째 일제고사가 치러진 날이다.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일제고사를 둘러싼 상황은 많은 것이 변해 있다.

학생·학부모 들에게 일제고사에 대한 선택권을 줬다는 이유로 12명의 교사들이 해임됐고, 이른바 ‘임실 사태’를 통해 일제고사 성적 조작·부풀리기가 폭로됐다. 그 결과 일제고사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절반을 넘어섰고,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은 70퍼센트에 달한다.(〈한겨레〉 2월 25일치)

이런 분위기는 3월 31일 일제고사를 전후로 더욱 뚜렷이 드러났다. 지난해 10월에는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떠난 학생이 1백여 명이었지만 이번에는 그 14곱절인 1천4백여 명에 이른다. 정부와 교육청의 중징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교사 1천1백여 명이 학생·학부모 들에게 일제고사 선택권을 알렸다.

ⓒ이윤선

동시에 이런 분위기를 제압하려는 정부와 각 학교 당국의 시도도 집요했다. ‘일제고사 폐지 시민모임’은 3월 31일 체험학습 참가자 출발 기자회견에서 체험학습 신청자에 대한 협박, 회유 사례를 발표했다.

“담임선생님이 아이를 불러 무단결석 처리가 되면 고등학교 진학하는 데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하루종일 담임선생님과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과 얘기를 나누어야 했다”, “학생이 전주로 체험학습 간다고 하자 교장이 ‘그럼 전주로 전학가면 되겠네’, ‘이러면 담임에게 찍히고 다른 많은 선생님들에게 찍힌다’고 했다.”

ⓒ이윤선

전교조 서울지부는 ‘일제고사 폐지 촉구 및 부당 탄압 저지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교사들에 대한 탄압 사례를 발표했다. “학급 학생이 시험을 보지 않을 경우 담임을 교체하겠다고 협박[하고] … 전 학년도 담임을 동원하여 학급 학생들을 만나게 해서 체험학습 철회를 강요[했다.]”

이런 탄압을 뚫고 성공적으로 체험학습을 마치고 돌아온 학생·학부모 들과 일제고사 반대 교사들이 모인 ‘일제고사 폐지! 부당징계 철회! 무한경쟁 중단! 시민촛불문화제’는 자신감이 넘쳤다.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함께 힘을 모아 올해 안에 반드시 일제고사를 폐지시키자!”고 호소했다. 일제고사 반대 행동을 펼치고 있는 청소년 단체 ‘무한경쟁, 일제고사 반대 세이노(Say No)’의 해소울 씨는 “교육청 앞 농성, 거리 캠페인, 릴레이 촛불문화제, 등교 거부 활동 등을 펼치며 시민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며 “일제고사 폐지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을 다짐했다.

일제고사·부당징계 반대 동부지역대책위 집행위원이자 서울 광진구 주민소환 후보인 류민희씨는 “진단평가는 무엇 하나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다”며 “당장 진단이 필요한 것은 아이들의 열악한 교육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의 주범인 “‘비리’교육감이자 ‘사교육’교육감 공정택이 퇴진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지난해 일제고사 반대로 해임된 박수영 교사는 “이번에는 학교 당국이 경찰력을 동원해 일제고사 반대 선언을 한 교사들의 교실 출입을 막고 심지어 격리, 감금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박세영 교사 ⓒ이윤선

이번에 학생·학부모 들에게 일제고사에 대한 선택권을 주고 명단 공개에도 동참한 박세영 교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이 2009년인지 믿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처음에는 저희 반 아이들 대부분이 시험을 보지 않겠다고 했어요. 학부모들도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했고요. 그런데 학교가 다른 선생님들까지 동원해 학부모·아이 들을 설득하고, 심지어 담임을 바꾸겠다고까지 하니까 결국 시험을 보지 않을 수 없었지요.”

박세영 교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이들에게 당당하고 싶었다”며 교사로서 ‘양심’에 따른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성보 교사 ⓒ이윤선

마찬가지로 명단 공개에 동참한 김성보 교사도 일제고사의 본질을 지적했다. “정부는 일제고사가 학력미달 학생을 도우려는 시험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경쟁을 강화하고 우수 학생들을 위주로 한 정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제고사 실시 이후 국영수 중심의 방과후 학교가 부쩍 강조되고 있어요”

김성보 교사는 마지막으로 “이번에 교사 1백45명이 명단 공개를 하고 단호하게 싸우자고 결의했는데, 점점 더 많은 선생님들이 여기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각 시·도 교육감들은 “[일제고사와 관련한] 불복종·불법 행동은 법과 원칙을 적용,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대량 징계를 예고하고 있지만 전교조 김현주 수석부위원장은 “이미 한편이 된 학부모·학생 들과 함께 계속 싸워 나갈 계획”이라며 투쟁의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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