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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무기정학 대상 전(前) 출교생, ‘고대녀’ 김지윤 씨 인터뷰:
“반대하면 잘라내기, 이명박과 고려대 당국 똑같아요”

고려대 당국이 지난해 3월 복학한 전(前) 출교생 7명에게 무기정학 징계를 하려 한다. 이 학생들이 학교 당국의 출교와 퇴학 조처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2년을 무기정학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고려대 당국은 지난 2006년 4월 교수 ‘감금 사태’를 빌미로 그간 등록금 인상과 대학의 기업화 정책, 특히 삼성 이건희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에 반대해 싸워 온 학생 7명을 출교시켰다. 출교된 학생들은 부당 징계에 맞서 2년 동안 천막 농성과 법정 투쟁을 벌였고, 2007년 10월 출교 무효 판결에 이어 2008년 2월 퇴학 효력정지 가처분 판결로 복학할 수 있었다. 김지윤 씨는 출교생 중 한 명이다. 김 씨에게 이번 무기 정학 징계 시도의 부당함과 배경에 대해 들어 봤다.

“2년 만에 복학해서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있었어요. 졸업을 1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사회 진출도 모색하면서 〈레프트21〉에서 수습기자 활동도 하고 있었죠. [함께 복학해] 졸업한 친구들도 각자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어요. 올해 2월에 퇴학무효 판결이 나면서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우리를 징계의 늪에 빠뜨리려 한다는 생각에 정말 황당했어요.

“출교당했던 7명 중 3명은 이미 졸업한 상태에요. 학칙에 상벌위원회에 출석할 수 있는 소환 대상은 학생이라고 나와 있어요. 졸업생들까지 징계하려는 것은 이 징계가 교육적 목적과 의도를 벗어났고 명백히 정치적이라는 것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봐요. 학교 당국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려는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법원에서 이미 ‘출교생들이 약한 징계를 받았거나 징계를 받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정도가 과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어요. 법정에서 학교가 낸 증거도 학생들의 패륜 행위를 증명하는 데 부합하지 않거나 불충분하다고 했어요. 애초에 무기정학 징계를 내렸다고 해도 부당한 거죠.

또 법원에서 ‘근 2년간 천막농성 생활한 것이 이미 상당한 처벌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얘기했는데 학교는 이런 법원 판결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거에요. 법원에서도 조작이라고 인정한 ‘감금일지’ 때문에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2년이나 사회진출, 학업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런 저희의 억울함과 고통에 귀 기울이기 보다는 어떻게든 조그만 꼬투리라도 잡아서 징계를 내리려는 거에요.

그럼 무기정학도 무효 판결 나면 또 하나 낮은 징계를 내릴 건가요?

학내의 진보적 분위기 냉각시키려는 의도

“이번 징계는 학교가 잘못 내린 결정 때문에 학생들이 피해받은 것에 대한 책임 회피용이에요. ‘원래 얘네는 무기정학 받을 만한 애들이다’ 이런 식으로 낙인 찍는 것이죠.

그런데 3년 전 일까지 끄집어낸 것은 단지 우리에 대한 괴롭힘을 넘어 정치적 의도가 분명히 있다고 봐요. 지난해 6월 10일에 고려대 학생들은 동맹휴업을 성사시키고 수천 명이 촛불집회에 참가해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바 있어요. 고려대가 이명박 모교이고 재단과 교우회는 명비어천가를 부르면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는데, 이명박 라운지가 있는 바로 그 학교에서 동맹휴업이 성사되고 ‘MB 아웃’을 얘기한거죠. 이런 급진화 흐름 속에서 지난해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등록금 인하와 이명박 반대를 분명히 주장하는 이른바 좌파적 총학생회가 압도적으로 당선했어요.

얼마전 학내에서 열린 등록금 인하 총궐기에 5백여 명이 왔다고 해요. 2006년 출교 반대 집회 이후 가장 큰 학내 집회였어요. 학교와 재단은 학내에서 진보적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가 달갑지 않았을 것이고 징계 조처로 학내 분위기를 냉각시키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최근 이명박 정부가 미네르바 체포, 〈PD수첩〉 제작진 체포, YTN노조 탄압, ‘전문시위꾼’ 체포 등으로 사회 분위기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어요. 누구든지 나에게 반대하면 법과 원칙 없이 공격할 수 있다는 것, 지금 고려대 당국이 저희에게 하고 있는 것과 똑같죠.

“교우회와 일부 보수적 교수들이 제가 이명박을 비판하고 다니는 것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소문도 들었어요. 사실 고대 후배가 선배를 비판한다는 것에 상징성이 있잖아요. ‘쟤네를 풀어 준 것 때문에 쟤가 고대생이라고 설치고 다니고 지금 이명박 정부 공격하는 것 아니냐’ 하는 짜증을 많이 냈다고 하더라고요.

“4월 5일 고려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학생대표자들이 부당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어요. 2일 기자회견에는 전국대학노조, 고대 병원노조·시설관리노조 등 노동자들도 참가해서 부당 징계에 맞서 함께 싸우겠다고 하셨어요. 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 노동자들이 함께 출교를 철회했을 때처럼, 연대하려는 분위기가 있어서 긍정적이라고 봐요.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어요. 학교 당국이 저희가 2년 동안 겪은 고통은 아랑곳 않고 오히려 주홍글씨를 새기려는 걸 보면서 손해배상 청구도 생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