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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사형제’ 기사를 읽고 ― 현행 법제도 자체에 근본적 한계 있어

사형제가 비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범죄 예방에도 효과적이지 않으며 자본주의 체제처럼 법 권력이 지배계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는 오용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최미진 동지의 주장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사형제 폐지는 분명히 중요한 진보적 성취일 것입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사형제에 반대하더라도 기존 법 제도 안에서 이런저런 대안을 찾아 보려는 유혹을 느낍니다. 따라서 현행 법제도의 근본적인 한계를 다루는 기사도 〈레프트21〉에서 다뤄 주는 것이 좋지 않나 싶습니다.

파슈카니스의 《법의 일반이론과 맑스주의》(신서원)를 읽고, 이에 대한 제 생각을 (형법에 한정해 쓰긴 했지만) 보내 봅니다.(이하 평어체)

현행 법제도는 가해자 감화에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 형벌체제 자체가 ‘죄를 뉘우치게 한다’가 아니라 ‘죗값을 치르게 한다’에 초점을 둔다.

자본주의 사회는 범죄마저 일종의 가치화 과정을 통해 ‘상품화’ 한다. 실제로 많은 죄를 ‘재산형’으로 ‘청산’할 수 있다. 그나마 ‘자유형’을 강제당하더라도 ‘보석금’으로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업가 같은 부자들에게는 벌금 따위가 전혀 불이익을 준다고 볼 수 없다. 돈이 없는 사람은 신체적 ‘자유’를 구속받는 대가로 죗값을 갚아간다. 이런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교도소의 감화 과정도 대체로 종교인들의 자발적 봉사에 의지한다.

이런 방식은 효과적으로 재범을 막지 못한다. 효과가 있더라도 죄를 반성해서라기 보다 ‘경제적 불이익, 사회적 시선에 따른 위축감’ 효과가 큰 듯하다. (이러한 사회 부적응은 또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게 한다.) 죄를 뉘우치더라도 (특히나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가난한) 대다수는 여전히 범죄를 다시 저지르게 하는 상황에 던져진다.

현행 법제도는 피해자 보상에도 전혀 효과가 없다. ‘범죄피해구조금’ 제도 같은 경우, 많은 사람이 존재 자체를 모르고, 조건 또한 까다롭다.

예컨대 “유족구조금의 지급을 받을 수 있는 유족은 피해자의 사망 당시 피해자의 수입에 의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자”여야 한다.

이와 같이 보상도 경제적 가치가 있는 사람만이 받을 가치가 있다는 식이다. 그나마 보상을 받더라도 경제적인 도움이지 피해자 본인이나 가족의 정신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 상담을 받는 일 등은 요원할 뿐이다.

이윤이 주가 되는 사회가 아니라 사회와 조화될 수 있는 인격 실현을 목표로 하는 사회라면 가해자가 죄를 뉘우치고 재범 가능성을 최대한 억제한 상황에서 보호 조처를 종결할 것이다.

피해자에게도 사회적 차원에서 여러 보상을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회가 올 때만, 범죄로 인한 공포와 고통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