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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노동자들의 양보가 전술적 유연함인가

지난 호 ‘민주노총, 무엇을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가’ 기사에서 전원배 씨는 전술적으로 유연해야 한다며 임금 삭감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보를 통해 위기의 책임이 자본과 권력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투쟁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양보하면서까지 입증하지 않더라도 경제 위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분명하다. 문제는 책임져야 할 자들이 고통분담 운운하며 그 책임을 죄 없는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이명박과 기업들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겠다며 떡을 빼앗고서는 또다시 떡을 요구하는 옛날이야기의 호랑이처럼 노동자들에게 계속해서 양보를 강요할 것이다.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은 호랑이보다 더 위선적이고 악랄한 자들에게 칼자루를 쥐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칼자루를 넘겨주고 투쟁 역량을 모으자는 것은 유연함이 아니라 어리석고 위험한 생각이다.

노동자들은 양보의 경험이 아니라 승리의 경험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고 투쟁에 나설 수 있다.

지금의 현실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전원배 씨의 지적처럼 경제 위기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프랑스 노동자들은 강력한 투쟁으로 임금 대폭 인상, 유급 휴가, 임금 삭감 없는 주 40시간 노동 등을 쟁취했다. 미국에서도 실업구제제도를 비롯한 복지제도가 마련됐다.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긴 한국의 노동자들도 투쟁을 통해서 수백조 원에 이르는 기업들의 곳간을 열어 일자리를 늘리고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