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굴복한 사측을 물러서게 한 MBC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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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명박 정부를 따끔하게 쏘아붙이는 클로징 멘트로 인기를 얻은 신경민 앵커가 지난 4월 13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MB 씨의 MBC 장악 시도’가 결국 방송사 간판 앵커까지 바꿔 버린 것이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신경민 앵커 교체가 정치적 외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한국사회여론연구소).
압수수색 시도를 포함해 〈PD수첩〉을 1년 가까이 집요하게 탄압하고, 결혼식을 앞둔 김보슬 PD를 연행하는 등 정권의 언론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MBC 광고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진 데에도 ‘외부 개입’이 있었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신경민 앵커 교체를 주도한 보도국장 전영배는 박연차가 이명박 측근인 천신일에게 수십억 원을 건넸다는 뉴스를 빼라고 방송 직전에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MBC 노동자들은 정권에 굴복한 사측의 공격에 잘 대응했다.
아쉽게도 신경민 앵커 교체를 막지는 못했지만 이는 당사자인 신 앵커가 사측의 방침을 수용했기 때문이지 노동자들의 압력이 충분치 못해서가 아니었다.
사측이 신경민 앵커와 김미화 씨를 교체하겠다고 했을 때 MBC 기자와 PD 들은 즉시 파업(제작거부)과 연가투쟁에 돌입했다. 카메라 기자와 일부 앵커까지 가세한 이번 파업의 효과는 상당했다. 언론악법 저지 파업 때보다 그 효과가 빨리 나타났다.
신경민 앵커가 사측의 교체 방침을 수용한 뒤에도 파업은 계속됐다. 불신임 투표에서 96명 중 93명의 기자들이 전영배 사퇴와 엄기영 사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길 수 있다는 확신
결국 MBC 사측은 김미화 씨를 교체하지 못했고, 보도국장 전영배를 사퇴시켜야 했다. 8일이나 지속된 파업에 밀려 엄기영은 ‘경영진과 보도책임자 견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약속했다.
무엇보다 MBC 기자들은 “공정보도를 위협하는 어떠한 부당한 압력과 도발에 맞서 함께 싸울 수 있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
이명박의 언론 장악 시도에 맞선 투쟁 속에서 MBC 노동자들은 단련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친 언론악법 저지 투쟁에서 선두에 섰던 MBC 노동자들은 정권의 외압에 굴복한 사측에 맞선 투쟁에서도 잘 싸웠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이대로 공격을 멈출 것 같지는 않다. 당장 6월에 언론악법이 국회에 상정될 것이고 8월에는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가 있다.
지난 번 민주당의 야합과 이번 신경민 앵커 교체에서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오로지 노동자들의 투쟁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언론노조 지도부는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는 미디어발전위에 더는 남아 있지 말고 이 투쟁들을 조직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