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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침체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과연 최악의 경제 위기 국면은 지났는가? 한동안 주류 언론들이 그렇다고 떠들더니 버락 오바마도 거들고 나섰다.

오바마는 4월 10일 미국 경제에서 “희망의 불빛을 봤다”고 말했다. 백악관 국가경제회의의 로렌스 서머스는 “미국 경제의 자유낙하”가 조만간 멈출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편, 주가가 올랐다. 다우존스 산업 지수는 부활절 직전까지 한 달 동안 23퍼센트가 올랐다.

그러나 이것을 국면 전환으로 여긴다면, 자기기만일 뿐이다. 현 경제 위기는 1930년대 이후 최악의 것이다.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은행의 파산에 뒤따른 주가 폭락으로 금융위기가 심각한 전 세계적 불황으로 확산됐음이 분명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09년 세계 경제 생산이 0.5~1퍼센트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2009년은 1945년 이후 세계경제가 최초로 수축한 해가 될 것이다.

특히, 선진국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예측을 보면, 미국 경제 성장률이 -4퍼센트, 일본이 -6.6퍼센트, 유로화 통용 지역이 -4.1퍼센트, 독일이 -5.3퍼센트, 영국이 -3.7퍼센트를 기록할 것이다.

일본과 독일 같은 대형 제조업 수출 국가들은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이나 영국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것은 이들의 제조업 상품에 대한 세계 시장의 수요가 큰 폭으로 줄 것이기 때문이다. OECD 보고서를 보면, 2000년대 국제무역이 연간 8퍼센트 성장해 왔지만, “지금 국제무역 규모가 정신없이 위축”되고 있고, 올해 -13.2퍼센트 감소할 것이다.

현 상황은 일본 경제가 1990년대에 겪은 곤경과 비슷

그러나 세계경제가 특정 시점에서 수축을 멈추고 약간 성장하기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도 실업률은 계속 올라갈 것이다. OECD 보고서는 “2010년에 이르면 G7 국가의 실업자 수가 2007년 중반의 갑절인 3천6백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세계경제가 언젠가 바닥을 치게 될 이유 중 하나는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이 대단히 심각한 수축 경향에 맞서 공격적 감세와 재정지출 증가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경제의 이륙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위에서 지적했듯이, 이번 경제 위기는 금융위기로 시작했다. 지금도 은행 시스템은 사실상 파산 상태다. 2000년대 중반에 신용 거품으로 창출된 악성 부채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IMF는 애당초 예상 부실 규모를 1조 달러로 잡았지만 지금은 무려 2조 2천억 달러로 잡고 있다. 은행 시스템이 이 부실을 떠안고 있는 이상 추가 대출은 제한될 것이고 경제 활동도 위축될 것이다.

현재 상황은 ‘거품 경제’가 붕괴한 후 일본 경제가 1990년대에 겪은 곤경과 비슷할 수 있다. 1980년대 투기 호황 동안 일본 은행과 기업 들이 투자한 부실 자본을 처리하는 동안 일본 경제는 10년 이상 정체했다.

많은 전문가는 G20 정상회담이 은행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상회담 전날 발간된 〈파이낸셜 타임스〉 기사에는 “[은행]시스템의 부실을 털어버리기 전에 경기 회복은 없을 것”이라는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 ― 아마도 IMF 관리일 것이다 ― 의 말이 실렸다.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가장 뛰어난 칼럼니스트 중 한 명인 볼프강 문차우도 최근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런던 G20 정상회담은 경제 위기를 해결하지 못했다. 만약 올 가을까지 경제 위기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 지도자들은 또 다른 도시에서 절망적인 정상회담을 열 것이다. 회담장 밖에는 또 반대 시위대가 진을 칠 것이고, 회담장에서는 세계 경제를 살린다며 지키지도 못할 약속들을 담은 허울 좋은 공동선언문이 다시 한 번 발표될 것이다.”

이런 구체적 예언이 사실로 판명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현 경제 위기는 매우 심각하며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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