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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내쫓기는 실업 대책이 될 수 없다:
일자리 도둑은 정부와 기업주들이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 위기로 실업률이 치솟자 이주노동자들을 속죄양 삼으려 한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한창 한국 경제가 얼어붙을 때 정부는 이주노동자 공격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11월 법무부 단속반 2백60여 명은 마석 가구공단의 주거지와 공장을 급습해 이주노동자 1백 명을 잡아갔고 정부는 최저임금법 개악 추진을 시작했다.

실질 실업률이 13퍼센트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일자리 도둑으로 지목한다.

대표적으로, 노동부는 올해 신규 이주노동자 도입 규모를 지난해 3분의 1수준으로 대폭 줄여서 내국인 일자리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4월 초에 법무부는 ‘불법체류 목적 입국 외국인 차단’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출입국관리법 개악안을 내놨다. 외국인의 지문·안면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고, 길거리 불심검문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 건설 현장에 이주노동자 집중 단속반을 투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런 정책들은 이주노동자들을 인종차별적 학대와 끔찍한 고통으로 내몰 뿐 실업 문제를 전혀 완화하거나 해결할 수 없다.

실업의 원인과 이주노동자의 존재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1998년 IMF 경제 위기 때 실업률은 6.8퍼센트로 1997년의 2.6퍼센트에 비해 급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이주노동자 규모는 9만 명이 줄었다. 이주노동자 증가가 실업의 원인이 아니며 이주노동자는 경제 위기와 실업 증가의 피해자일 뿐인 것이다.

지금 실업률이 높은 원인은 경제 위기의 여파로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폐쇄하고 생산을 감축하면서 인력을 줄이고 신규 인력 충원도 중단했기 때문이다.

올 1월 광공업 생산이 25.6퍼센트나 줄었고 중소기업 정상 가동 업체는 1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이런 통계는 고용 감소를 짐작하게 해 준다.

이주노동자를 고용해 온 3D 영세 공장들은 더 높은 임금을 주고 시설·환경을 개선해 한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처지도 못된다. 정부의 대책이란 것은 결국, 한국인 노동자들 역시 이 실업난 속에서 그 수준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감내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근본적 해결책은 외면하고 이주노동자를 일자리 도둑으로 몰아 성난 실업 노동자들에게 화풀이 대상으로 던져 주려 한다.

경제 위기 때마다 여러 국가 정부들은 이주노동자들을 대거 추방하고 입국 규제와 국경 통제를 강화했다. 필요하면 가져다 쓰고 부담되면 내다버리는, 자본주의 국가들의 전형적인 이주노동자 관리 정책이다. 또, 경제 위기에 따른 노동자들의 불만을 다스리려는 분열·통제 전략이다.

그리고 경제 상황이 호전돼 생산이 늘거나 일손이 부족하면 은근슬쩍 외국 인력 유입 규제를 완화하곤 한다. 물론 이주노동자 규제와 억압은 유지·강화하면서 말이다.

정부의 이런 야비한 술책이 진정으로 겨냥하는 바는, 노동자들을 분열시켜 의식과 행동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경제 위기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분노가 정부와 기업이 아닌 노동자 내부의 특정 집단을 향한 적대로 나타나면 그 대가는 전체 노동자가 치르게 된다. 분노의 초점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정부와 자본에게로 향해야 한다.

최근, 정부와 기업주들이 어떻게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지 잘 보여 준 사건이 있었다. 경기도 광명의 한 건설 현장에서 중국 동포 이주노동자 10여 명이 저임금과 고강도 장시간 노동 속에 “단 1분도 자유롭게 쉬지 못하고 노예처럼” 일하다 노조에 가입하자 건설 회사는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고 이들을 모두 해고해 버렸다. 그리고 이주노동자 대신 ‘한국인을 고용’하겠다며 협박하고 있다.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사이에 적대감을 부추겨 단결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훌륭하게도 지금 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는 이런 부당한 탄압에 맞서 이주노동자 조합원들을 방어하며 함께 투쟁하고 있다. 이 투쟁이 고립되지 않도록 건설노조 중앙과 각 지부의 연대가 필요하다. 이 투쟁이 승리해 한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함께 단결해 싸우고 승리할 수 있다는 모범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