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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금산분리 논쟁:
은행 국유화 요구를 위해 금산분리 완화를 반대해야만 할까?

금산분리 관련 논쟁에 의견이 있다. 〈레프트21〉 3호에 실린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는 잘못 짚은 문제입니다”(최일붕)를 지지하는 내가 볼 때, 지난 호 “금산분리 완화 반대가 전술로선 유용하다”(김문성)는 재반론에서 남겨진 논점은 은행의 국유화를 요구하기 위해 금산분리 완화에 전술적으로 반대해야 한다는 것인 듯하다.

그동안 재벌의 은행소유 허용 여부를 놓고 진행돼 온 논쟁은 한 쪽에 시중은행들의 노동자·서민 배제적 횡포의 원인을 투기자본의 은행 소유에서 찾고는 해결책으로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다른 한 쪽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되고 훨씬 큰 폐해가 생길 것이니 반대해야 한다는 구도였다.

그러나 노동자 대중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런 논쟁의 실질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는 회의적이다.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모든 시중은행의 다수 지분을 사모펀드가 갖고 있는 지금의 은행지분소유형태가 나을지, 삼성 같은 재벌이 은행을 갖는 게 나을지 따지는 것은 거의 무의미해 보인다. 시중은행들의 ‘서민금융서비스’는 더 나빠질 것도 없으리만큼 이미 악화돼 있고, 부패·비리·금융사고·투기적 자금운용 행태도 극에 달해 있다. 산업자본도 더 나을 것도 더 나쁠 것도 없어 보인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은 이미 세금회피·계열사 지배권 유지 관련 법망 회피·위장 지분 보유 등의 목적으로 직접 사모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은 삼성전자보다 큰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삼성생명 외에도 삼성증권과 삼성카드 등의 금융계열사를 통해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하고 있다.(삼성증권 등을 통해 투자은행을 설립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삼성이 은행 소유에 그토록 사활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나는 금산분리 문제에 대한 전술적 입장을 고려할 때 사모펀드와 제2금융권을 통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져 있는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이론적 측면에서는 물론, 현실에서도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여부에 따른 대중 생활상의 실질적인 변화가 거의 없다면 우리가 무엇을 위해 금산분리를 지지해야 하는가?

관련해서 김 동지가 〈레프트21〉 2호에서 제기한 “금산분리 완화는 공공의 이익을 희생시켜 자본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야욕”이라고 주장한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게 들린다.

그럼에도 김 동지는 〈레프트21〉 4호에서 전술로서 유용성을 거듭 강조하며 은행 국유화를 요구하기 위해 금산분리 완화 반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시중은행 지분의 압도다수를 사모펀드들이 보유한 현실에 비해 산업자본의 은행소유가 “본격 사유화”라고 여길 수는 없을 것 같다. 남은 문제는 국가가 소유하고 있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그리고 우리은행의 민영화일 텐데, 이를 반대하기 위해 반드시 금산분리 완화에도 반대해야 할 것 같지는 않다. 김 동지의 말대로 금산분리의 유지 속에서도 지난 20여 년 동안의 은행 민영화 시도는 계속돼 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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