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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유연성 강화”론 비판:
이명박의 ‘노동유연성 강화’는 분열과 착취를 강화하기 위한 것

이명박은 최근 “노동유연성 문제는 올해 말까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 최대 과제”라며, 비정규직법·근로기준법을 개악해 정규직 해고를 더 쉽게 하고 비정규직 사용도 늘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보수 언론들은 세계은행 조사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자료 등을 제시하며 “경직된 노동시장”, “정규직 과보호” 운운하며 한국 경제의 문제점이 노동자에게 있는 양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노동시장이 ‘경직’됐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이다.

IMD 자료는 각국 기업주들을 설문조사한 것으로 애초부터 객관성에 문제가 있고, 세계은행이 한국의 노동유연성을 최하위로 보고한 것은 주로 퇴직금 제도 때문이다. 그러나 연금 제도가 부실한 한국에서 퇴직금은 미뤄진 임금일 뿐이다.

한국은 임금을 정규직의 60퍼센트밖에 못받는 비정규직이 8백50만 명에 달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다. 국제노동기구 조사를 보면, 한국의 임시직 비율은 세계 2위,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압도적인 세계 1위다. 기업주들이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널린 것이다.

평균 근속기간을 보더라도 영국이 8.2년, 독일이 10.5년, 스웨덴이 11.5년인데 반해, 우리는 고작 4.6년에 불과해 고용이 매우 ‘유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명박은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유연성 문제를 개혁하지 못한다면 국가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나 보수 언론들이 제시하는 자료를 보더라도, 노동유연성이 국가경쟁력의 핵심 요인이라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1993~2008년 1인당 실질GDP 성장률을 보면 노동유연성이 최하위 수준이라는 한국은 88.1퍼센트로 3위, 슬로베니아도 88퍼센트로 4위, 대만이 5위였다. 일본의 노동유연성은 상위권이지만 성장률은 최하위권이고, 핀란드는 노동유연성은 하위권이지만 성장률은 높았다.

무엇보다 노동유연성 1위인 미국의 성장률은 32.2퍼센트에 불과했다. 더구나 미국은 지금 최악의 금융 위기와 경제 위기에 빠져 있다.

비정규직을 늘리고 해고를 쉽게

설사 노동유연성이 국가경쟁력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높아진 경쟁력이 국민 전체에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비정규직이 대폭 늘고 4~5퍼센트대의 성장을 꾸준히 유지했지만, 하위층은 지난 10년간 실질소득이 오히려 감소하고 부자들의 지갑만 두둑해졌다. 부유층·대기업은 대규모 잉여금을 쌓아 두면서도 고용을 늘리지 않아 ‘고용없는 성장’이 계속됐던 것이다.

게다가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고 기업의 수익이 나빠지고 있는 마당에, 노동유연성을 더 늘린다고 해서 8백조 원에 달한다는 유동자금이 고용을 늘리는 투자로 들어가 경제 위기를 끝내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명박 정부가 노동유연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이 치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늘리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도 쉽게 해 고용과 임금으로 가는 몫을 줄이고 이윤몫을 늘리려는 것이다. 경제 위기 속에 줄어드는 재벌·기업주의 돈주머니를 어떻게든 채워 주려는 것이다.

부유층·기업주가 만든 경제 위기에서 평범한 노동자·서민의 삶을 지킬 길은 국가경쟁력 강화에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과 소득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싸우는 것뿐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해 투쟁하고, 파산 위기에 빠진 기업에서는 정부에게 일자리·임금 보호를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또 부유층 세금을 대폭 늘려 복지를 확충하고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한 투쟁도 절실히 필요하다.

이런 방법은 이윤 체제의 모순과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서민 경제의 위기’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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