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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의 사회연대전략 유감:
왜 사회연대전략은 위기극복의 대안이 될 수 없는가

진보신당은 5월 10일 자체 워크숍을 통해 ‘사회연대전략’을 경제 위기에 대한 진보신당의 대안으로 집중 부각시키기로 했다.

‘사회연대전략’의 3대 방안으로는 △국가·기업·고임금 노동자가 공동부담으로 저소득층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고용보험기금 일부를 이용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상한제를 통한 일자리 늘리기 등을 제시했다.

이 중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방안은 민주노동당에서 3년 전에 제안됐다 반발에 부딪혀 좌절된 방안이다. 당시 반대자들은 이 방안이 기업주들의 ‘정규직 양보론’을 수용해 노-노 분열을 조장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번에 진보신당이 제시한 방안들도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고용보험기금은 고용주와 노동자 모두 납부해(급여의 0.9퍼센트씩) 축적되는 기금이다. 이 돈을 기업주가 책임져야 할 최저임금 인상에 쓴다는 발상은 또다른 ‘노동자 양보론’이다.

진보신당의 ‘2008 총선 22대 공약’을 살펴 보면 노동시간·일자리 연대 방안 역시 노동시간 단축과 추가 고용을 하기 어려운 취약 기업을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고용보험기금이 이렇게 주인 없는 쌈짓돈 취급 받는 것은 기업주에게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하기 위해 불가피한 대중투쟁을 회피하려는 실용주의적 태도가 반영된 결과인 듯하다.

그러나, 최근 경제 위기로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고용보험기금의 연간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고, 이 때문에 고용보험기금 고갈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보험기금을 최저임금 지원에 사용하는 것은 실업자와 저임금 노동자 사이에 갈등을 낳을 수도 있다.

고약하게도 지난달 말 이명박 정부 역시 고용보험기금 중 2조 1천1백57억 원을 본래 용도 외 실업대책 추경 예산으로 통과시켰다.

최근 화물연대 박종태 열사 투쟁에서 보듯이 정부와 사장들은 노동자들이 얻어낸 조그만 성과마저 되돌리려 혈안이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급과 자본가계급이 함께 양보해서 취약 계층을 돕자는 발상은 공상에 가깝다.

진보신당이 이런 양보안을 내세우는 것은 고용보험기금이라도 써서 고용을 늘리는 정책을 도입하면 실업률 자체가 완화되고 고용보험기금 고갈 위협이 사라지면서 내수(국내 소비)가 향상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현재 실업자 급증으로 여력이 3~4조 원도 안되는 고용보험기금 재원으론 충분한 고용 확대와 임금 인상을 이루기는 힘들다. 기업주와 부유층에 대한 증세 등으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만이 대안이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정책실장과 이상호 금속노조 연구원 등은 사회연대전략이 노동계급의 내부 연대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 나은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의 양보가 더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에게 진정성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급의식은 노동계급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함께 행동할 때만 발전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초점을 계급 내 분배가 아니라 계급 간 분배에 정확히 겨눠야 한다는 뜻이다.

노동계급 일부가 먼저 양보하자는 ‘선한’ 의도는 계급 간 불평등과 계급 내 차별이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하는 문제를 은폐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노동자 양보론’ 같은 ‘불량한’ 결과를 막을 수 없다. 사회연대전략이 결국 고통분담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진보신당의 창당 후 첫 선거 승리와 원내 진출은 많은 노동자들을 고무했다. 진보신당이 원내 진출 후 첫 정책으로 노동자 양보의 사회연대전략을 채택한 것은 그 점에서 더욱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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