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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증하는 한반도 긴장:
오바마의 대북정책에 “담대한 희망”은 있는가?

연평도 포격 사태의 배경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점은 지났지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되는 이전 기사들을 선정해서 재게재한다. 이 기사들이 북한 체제의 성격, 제국주의와 한반도 긴장의 원인 등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에 답하리라 기대한다.

“당신이 주먹을 펴면 우리도 손을 내밀 것이다.”

오바마가 취임사에서 ‘깡패국가’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을 때만 해도 그는 부시가 만들어 놓은 재앙들을 치유하고 상처투성이 세계에 변화를 가져올 희망을 주는 듯했다.

키 리졸브 훈련 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오바마와 부시는 다를 것이 없다’고 했다.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한반도는 그런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곳 가운데 하나였고, 그런 만큼 오바마에게 기대를 건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오바마 취임 불과 넉달여 만에 지금 우리는 ‘워치콘2’라는 군사적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미국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는 “오바마는 주먹을 펴려고 하는 폭압 정권들에 열린 문을 제공했[으나]” 북한은 그 기회를 잡지 않았다며 모든 것을 북한 탓으로 돌렸다.

과연 그런가? 물론 진정한 사회주의자라면 핵무기를 지지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핵 확산 문제로 말하면 최대 책임자·범죄자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이다. 게다가 지난 몇 달 간의 진실은 오바마가 북한이 잡을 그 어떤 기회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상대에게 주먹을 펴라고 말했을 뿐, 자신은 결코 주먹을 펴지 않았다.

자신의 전임자(부시)가 상대 국가를 근거도 없이 “악의 축”으로 몰고, 핵 선제공격을 공언하고, 그 국가 지도자(김정일)에게 “피그미”라는 인종주의적 폭언을 하고, 보통 사람들의 삶을 짓누르는 한 무더기의 제재를 부과하고, 마지못해 맺은 약속들마저 대부분 지키지 않았다면,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후임자는 과연 어떻게 출발해야 했을까?

2차 북한 핵실험은 오바마 외교의 실패

오바마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게 비교적 명백했지만, 그는 결코 이런 길을 택하지 않았다. 그는 숱한 대북 제재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풀어주지 않았고, 휴지조각이 된 약속들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되살리려 노력하지 않았다. 2·13합의는 지난해 말에 미국이 검증 요구를 새로 들고 나오면서 파탄에 빠졌는데, 오바마는 이런 무리한 요구도 거둬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오바마는 그의 전임자들이 반세기가 넘게 유지해 온 경제 제재와 군사 위협의 연장선으로 들어서고 있다.

오바마가 북한에 대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준 첫 조처는 키 리졸브 훈련 강행(3월)이었고, 두 번째 조처는 인공위성 발사를 이유로 북한 3개 기업에 제재를 추가(4월)한 것이었다.

이 두 조처는 새로운 외교·협상을 약속하고 집권한 오바마의 진정성을 북한이 따져보는 중요한 계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 5월 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마침내 오바마 정부의 100일 간의 정책 동향을 본 결과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선 조금도 변화가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북한의 2차 핵실험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북한 인공위성 발사 직후에 내가 이 신문(3호)에 썼듯이, “[제재]시도는 추가적 핵 또는 미사일 실험 등을 불러 사태를 한층 악화시킬” 게 뻔했다. 실제로 북한은 유엔 안보리가 의장성명을 내고 안보리 산하 제재위원회가 북한의 3개 회사에 대한 제재를 결정하자, “불법무도한 도발행위”라며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예고했다.

그런데도 오바마는 관계 개선을 위한 어떤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1차 북한 핵실험이 “부시 외교의 실패”라면, 2차 북한 핵실험은 오롯이 오바마 외교의 실패라고 부를 만하다.

키 리졸브 훈련에 참가한 미군들 ⓒ사진 제공 통일뉴스

어떤 사람들은 오바마가 북한과 대화하려는 입장은 분명하나 아직 대북정책 라인업이 완성되지 못한 게 문제라고 말한다. 미국의 개혁 성향 북한전문가인 존 페퍼가 지적하듯이, 오바마판 “악의적 무시”에는 북한이 미국 대외정책의 후순위라는 점, 오바마 정부가 6자회담의 미해결 쟁점을 해결할 새로운 대북 전략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 등이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의 긴장은 오바마 정부가 단지 갈피를 못 잡아서가 아니라, (대북정책 라인업이 완성되지 않았다면서도) 제재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점증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 담당 부보좌관 데니스 맥도너,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수전 라이스,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그리고 오바마 자신이 제재를 추진해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자들이다.

대화하자면서 제재를 가하는 오바마의 외교가 북한에 대해서만 실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는 이란에 화해 제스처를 보내는 동시에 경제 제재를 연장했는데, 그 결과 최근 이란 정부는 중거리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고 핵관련 회담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