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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교정 당국의 어이없는 방송 시청 제한

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해 지난 2월 구속돼, 현재 서울의 한 구치소에 수감돼 있습니다.

얼마 전 수용생활 중에 겪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을 알리고 싶습니다.

구치소에 수감된 수용자들은 각 거실에 비치된 TV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특정 시각에 당일 뉴스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평일에는 저녁 8시 뉴스를, 주말에는 정오 뉴스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5월 23일과 24일에 교정당국은 ‘부득이한 사정’을 핑계로 예정된 정오뉴스 시청을 취소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해 버렸습니다.

한동안 그 영문을 알 수 없었으나, 뒤늦게 23일 오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리고 뉴스 방영 예정 시각(주말 정오)에 주요 공중파 방송사들은 뉴스 특보로 관련 소식을 자세히 전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수용자들은 교정당국이 주말 내내 뉴스를 차단해 이 소식을 제때 접하지 못한 것입니다.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으나, 만약 전직 대통령의 사망 소식으로 수용자들이 동요할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면 이는 매우 지나친 기우일 것입니다.

전직 대통령의 사망은 매우 중대한 정치적 사건입니다. 따라서 구치소에 갇힌 수용자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소식을 알 권리가 있습니다. 어떤 이유이든지 간에 이 중대한 뉴스를 차단한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한 사회의 인권 수준을 알려면 그 사회의 감옥을 보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감옥은 여전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은 ‘인권의 사각지대’입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지요.

한 수용자가 “우리는 국민도 아니냐, 대통령 죽은 소식도 모르게 하고” 하며 푸념하는 것을 들으며, 저도 깊이 공감했습니다.

다시는 교정당국이 제멋대로 수용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2009년 5월 25일

김영익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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