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
우파가 상당한 지지를 얻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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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 결과, 대다수 유럽연합 국가에서 우파가 다수의 지지를 얻었다. 언론은 심각한 경기 침체 속에서도 좌파가 이득을 얻지 못했다고 조롱했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도 위기 초입에 곧바로 좌파에 대한 지지가 확대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경기 하강의 직접적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1930년대 중반에 좌파는 세력을 확대했다.
이번 선거에서 우파가 약진한 것을 두고 토니 벤[옛 노동당 정치인]은 이렇게 논평했다.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불안감에 민족주의로 회귀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보다 좀더 복잡하다.
지난 15년간, 영국 노동당을 비롯한 유럽의 ‘사회주의’ 정당들은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사회 정책을 추진해 왔다.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 사이 경계선은 희미해졌다.
중도 좌파는 이번 선거에서 희망 또는 변화에 관한 메시지를 전혀 주지 못했고, 결국 그 대가를 치렀다.
몇몇 나라에서는 파시스트들, 또 이주노동자에게 적대적인 정당들이 제법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아일랜드 같은 나라에서는 중도 우파 ‘피아나 페일(아일랜드어로 ‘공화당’이란 뜻)’이 몰락했다.
좌파들은 분열해 전진하지 못하는 모습을 너무 자주 보였다. 예컨대 이탈리아에서 공산주의자들은 한 명도 당선하지 못했다.
모든 선거는 대중 정서의 단면을 보여 준다. 이번 선거는 그 정서가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는, 휘발성이 큰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 줬다.
좌파가 거둔 성과
여러 유럽 지역에서 급진 좌파가 인상적인 득표를 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좌파가 단결해서 분명한 대안을 제시할 때 어떤 일이 가능한지 보여 줬다.
아일랜드는 좌파가 최고의 성과를 거둔 곳 중 하나다.
우선 ‘사회당’ 당원 조 히긴스가 유럽의회 의원으로 당선했다. 그는 1순위표 12.4퍼센트를 얻어 더블린에서 세 번째로 많은 득표를 했다.
한편, ‘국제사회주의 경향’에 속한 아일랜드 ‘사회주의노동자당’이 중요한 구실을 한 ‘이윤보다 인간을’은 지방의회 선거에서 5석을 얻었다. ‘이윤보다 인간을’의 리차드 보이드 바렛은 던 라오가이어에서 22.8퍼센트를 득표해 수위를 차지했다. ‘이윤보다 인간을’, ‘사회당’, ‘노동자·실업자 행동 그룹’ 등 급진 좌파 후보에 대한 지지가 상당했다.
독일에서 중도 우파 기독교민주당과 대연정을 이루고 있는 사민당은 20.8퍼센트 득표에 그쳐 제2차세계대전 이후 전국 선거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독일의 급진 좌파인 ‘디 링케(‘좌파’란 뜻의 독일어)’는 2004년 6.1퍼센트를 득표한 데 이어 이번에는 7.6퍼센트를 득표해 8석을 얻었다.
선거 기간 ‘디 링케’가 독일 전역에 붙인 포스터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백만장자들이 경제 위기의 대가를 치르게 하라!” ‘디 링케’는 경제 위기로 분노한 대중의 정서를 대변했다.
포르투갈에서는 집권 사회당이 2004년에 비해 득표율이 약 18퍼센트나 떨어진 반면, 녹색당과 극좌파는 선전했다. 포르투갈 급진 좌파 ‘좌파 블록’의 득표율은 2004년 4.9퍼센트에서 올해 10.7퍼센트로 인상적인 약진을 했다.
프랑스 ‘반자본주의 신당’은 창당한 지 겨우 4개월이 지났는데도 4.8퍼센트나 득표했다. 안타깝게도 의석을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말이다.
한편, 지난주 그린란드 총선에서도 놀라운 성과가 있었다.
극좌파 ‘이누이트 아타카티기이트(‘민중 공동체’란 뜻의 그린란드어)’가 43.7퍼센트를 득표한 것이다. 그 결과로 총 31개 의석 중 14개 의석을 차지하게 됐다.
1979년부터 집권해 온 사회민주주의 정당 ‘시우무트(‘전진’이란 뜻의 그린란드어)’는 26.5퍼센트 득표에 그치며 충격적인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출처: Socialist Worker, 'Left makes gains in Euro-elections' (2009. 6.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