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오바마의 카이로 연설은 변화를 알리는 신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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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이 카이로대학교 학생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는 광경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버락 오바마가 “새로운 평화 구상” 발표 장소를 이집트 수도로 선정한 것은 상징적이었다.
지난해 12월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한 달 동안 지속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선언한 곳도 카이로였다.
조지 부시가 카이로대학교에서 연설하려 했다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런데 오바마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바뀌지 않은 것도 있었다. 오바마는 “테러와의 전쟁”을 지속하겠다고 거듭 강조했고,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비난했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전쟁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카이로대학교 연설은 조지 부시의 그 유명한 2002년 국정 연설 논조와는 달랐다.
그때 부시는 “악의 축”과 “십자군” 운운한 반면, 오바마는 이슬람과 무슬림들의 역사적 공헌을 칭송했다.
오바마는 또한 이라크 전쟁 패배와 조심스럽게 거리를 뒀다.
그는 심지어 1953년 미국이 이란 민중의 지지를 받던 모사데크 정부를 전복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인정하고 이란에 협상을 촉구했다.
그러나 오바마 연설에서 가장 두드러진 논조 변화는 이스라엘에 대한 것이었다.
오바마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이유를 설명한 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무슬림이든, 기독교도든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해 고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고 말했다.
“60여 년 넘게, 그들은 고향에서 쫓겨나 떠돌이 생활의 고통을 감내해 왔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상황이 참을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합니다. 그러므로 미국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바라는 존엄과 기회 균등, 독립 국가 건설이라는 정당한 염원을 배신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목할 만한 구절에서 오바마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수백년 동안, 미국의 흑인은 채찍질을 당하며 노예의 고통을 겪었고 인종 차별이라는 치욕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완전하고 동등한 권리를 획득한 것은 폭력을 통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핵심 건국 이념들을 평화롭게 그리고 굳건하게 고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긴장
여기에는 두 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첫째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무기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오바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흑인 노예들처럼 고난을 겪고 있다고도 했다.
오바마의 연설은 이스라엘 정부 안에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최근 총선에서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제한된 주권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고서 승리했다.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요르단강 서안 지방에 유대인 정착촌을 더 많이 건설하는 것을 허용하는 문서 쪼가리(부시가 서명한)를 흔들어대며 워싱턴 정가를 들쑤시고 다녔다.
오바마는 유대인 정착민들에게 요르단강 서안 지방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봉쇄를 중단하고 포위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신문 〈하아레츠〉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네타냐후는 지금 오바마 연설 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그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정치적 계산을 해야 할 순간이 이제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네타냐후는 몇 주 안에 동맹군으로 누구를 선택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강력한 미국 정부냐 아니면 연립정부와 그가 속한 당의 당원들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긴장은 중동에서 제국주의가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밝히 보여 준다.
오바마는 미국과 아랍의 친미국가들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알력은 주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대중의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친미 정권에 대한 평범한 아랍인들의 뿌리 깊은 증오에서 비롯한 것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거의 관심이 없고, 어떤 정부들이 아랍 세계를 지배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이스라엘은 강력한 군대와 핵탄두 50여 기를 보유하고 있어서 자신만만하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은 미국과 그 밖의 서방 국가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들이다.
또다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하면 카이로와 나머지 아랍 나라 수도들에서 대중 시위가 더 많이 벌어지지 않겠는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전쟁에 대한 대중의 반감 때문에 중동의 친미 국가들이 흔들리고 있다. 이제 아랍 정권들은 미국에게 이스라엘을 자제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오바마의 연설은 미 제국주의가 직면한 심각한 곤경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는 난감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자신의 노력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그의 기대가 실현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중요한 점은 이스라엘이 오바마의 실패를 절실히 원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번역 정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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