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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의 “이명박 퇴진” 요구 결정을 지지하며

민주노동당이 이명박 정권 퇴진 요구를 공식 결정했다.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정책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은 “이명박 정권을 그대로 두고서는 민생도, 민주주의도, 남북화해도 기약할 수 없습니다. … 이명박 독재정권의 퇴진을 위하여 국민 여러분과 함께 굽힘없이 싸울 것”이라는 대국민 선언문을 채택했다.

또 이명박 퇴진과 진보적 정권 교체를 위해 ‘진보정치대연합’에 적극 나설 것도 결정했다.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이명박 정권에 분노하고 저항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을 고무할 이 결정은 확산되는 반(反) 이명박 정서에 바탕하고 있다.

6월 3일 서울대 교수들을 시작으로 지식인, 영화인, 작가, 대학생들의 시국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종교인들도 불교·천주교·개신교를 가리지 않고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추락했다. 6?10 범국민대회에는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이명박 정부를 규탄했다. 비판 여론이 워낙 강해 정부는 서울광장 원천 봉쇄를 포기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이명박은 “근원적 처방”을 공언했지만 사람들이 바라는 ‘근원적 처방’과는 180도 다른 처방들을 내놓고 있다.

16일 한미정상회담에선 한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킬 미국의 “확장 억지” 정책에 합의했다. 19일엔 도심 홍보를 하려던 금속노조 조합원 65명을 폭력 연행하고, 7년치 이메일을 뒤져가며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했다. 20일에는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에서 단식 농성중인 천주교 신부들과 유가족을 집단 폭행했다. 21일에는 ‘공안’통 천성관을 새 검찰총장으로 내정했다.

민주노동당의 선언문이 지적한 것처럼 “온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국정기조를 바꾸라고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사과도 국정기조 전환도 철저히 거부”했다.

“이제는 참을 때가 아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의 대국민 선언문 문구처럼 “이제는 참을 때가 아니”라는 인식이 커져 가고 있다. 종교인들조차 “차라리 그 막중한 직무에서 깨끗이 물러나야 옳다”(6.15 ‘한국 천주교 사제 1천1백78인 시국선언’), “정녕 깨닫지 못하는 이들을 그 위험한 자리에서 내치시는 하늘의 뜻을 구할 것”(6.18 ‘한국교회목회자 1천인 시국 선언’)이라고 말할 정도가 됐다.

6?10 범국민대회를 전후로 진보 진영은 ‘국정기조 전환’과 ‘대통령 사과’를 주요 구호로 내세운 바 있다. 이는 대중들의 정서에 충분히 부합했다고 볼 순 없었는데, 심지어 압력에 떠밀려 거리로 나온 민주당조차 ‘대통령 사죄’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22일 민주노동당 당대회의 ‘퇴진 운동’ 결정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당 대회 분과 토론에서는 “지금 퇴진 구호는 시급하게 내걸어야 할 구호”, “실제로 퇴진시키기 위한 투쟁을 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근원적 처방은 이명박 퇴진이다”는 등의 의견들이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는 이런 압력을 수용해 애초 ‘이명박 심판’ 기조였던 초안을 고쳐 다음날 당 대회에 제출했다.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 내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원내 정당으로서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임기 중 사퇴를 요구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듯하다. 퇴진 운동을 진지하게 건설하려면 의원단도 활동의 중심을 원외로 옮겨야 한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당대회 폐회 연설에서 “대표로서 걱정도 되고 우려도 많이 된다”며 이런 부담감을 내보였다.

그러나 생존권을 요구하는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정부가 반성은커녕 경찰·검찰의 물리력에 의존해 비판과 저항을 억눌러 연명하겠다면 정부가 물러나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의 퇴진 운동 선언은 저항을 강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정치적 대안

한편, 진보 진영이 정권 퇴진을 요구한다면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이명박의 친재벌·반서민·반민주 행태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것은 사활적 과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이 진보대연합 추진에 앞장서겠다고 결정한 것 역시 고무적이다.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지역의 실정과 조건에 맞게” “진보 개혁적 후보와의 단일화”와“반MB 연대·연합”이라는 결의문 문구를 통해 민주당과 선거연합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은 우려스럽다. 오병윤 사무총장 역시 이날 열린 중앙위원회 답변에서 이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노동자·서민에 기반한 진보정당’이 아니다. 2년 전까지 대기업 중심 정책을 펴던 집권당이었고, 바로 얼마 전에 ‘부자와도 함께하자’며 ‘뉴민주당플랜’을 내놓던 당이다. 2월에는 미디어법 협상에서 실망스런 여야 합의를 한 전력이 있다.

민주당과 “진보적 정권 교체”를 위한 선거연합을 함께 할 수 없는 이유다. 퇴진 운동을 위해선 한나라당이 압도 다수인 국회가 아니라 거리에서 힘을 결집시켜야 한다. 그 점에서 민주당은 진보 진영이 믿을 만한 동맹자가 결코 아니다.

민주노동당 등 진보 진영은 분명한 진보적 정강정책을 중심으로 진보대연합 건설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