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언론법 개악을 또다시 좌절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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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언론악법을 상임위에 상정하고 국회의장 김형오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네 달 만에 다시 상정된 법안에는 미디어발전위에서 논의된 의견조차 반영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언론악법 추진의 근거로 제시한 신방 겸업을 허용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자료가 엉터리라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상관없다는 식이다.
이미 지난 2월에도 KISDI의 한 관계자는 당시 계산법에 따르더라도 늘어나는 일자리는 “MBC 앞에 있는 식당, 버스 기사, 택시 기사”를 뜻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미국 노동통계청의 통계는 미국이 미디어 소유 제한을 푼 1996년 이후 텔레비전과 라디오에 종사하는 기자와 아나운서가 1만 명 이상 감소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신문·방송 겸영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한나라당의 주장도 거짓말이었다. OECD 30 회원국 중 21 나라가 신문 방송 교차 소유를 제한하고, 나머지 국가들도 같은 지역에서는 신문과 방송을 모두 소유할 수 없도록 한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언론법 개악을 위해 내세운 모든 주장이 통계 조작과 엉터리 자료에 근거를 뒀음이 밝혀진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가 이토록 언론악법에 집착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경제 위기 고통을 전가하고 이에 맞선 저항을 분쇄하려면 경찰 몽둥이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명박은 조중동처럼 노동자·서민 들을 사기저하시키고 이간질하는 데 능수능란한 자들이 신문·방송을 더 많이 장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려 한다.
또 재벌과 조중동의 방송 진출을 도와 친정부·여당 세력을 강화해 권력 장악과 재창출을 쉽게 하려는 것이다.
촛불항쟁 이후 급진화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의도는 너무 뻔히 보였다. 노동자들과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런 시도에 효과적으로 맞서 싸우면서 ‘MB악법’으로 대표되는 이명박의 갖가지 시도는 연거푸 좌절돼 왔다.
특히 언론노동자들의 단호한 파업 투쟁으로 두 차례나 좌절된 언론악법은 이명박 정부가 반드시 탈환해야 하는 ‘고지’가 돼 버렸다. 이명박 정부는 이 고지를 차지하지 못하면 한발짝도 나갈 수 없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사활적으로 매달릴 언론악법을 저지하려면 지난번보다 더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새로운 언론법 개정 타협안을 제시하며 국회에 등원한 민주당의 모호한 태도는 의심을 사고 있다. 지난 2월처럼 어정쩡한 타협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고 민주당이 제시한 지분 제한으로는 독점을 막을 수 없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투쟁의 선두에 설 MBC노동자들을 비롯한 언론 노동자들의 투쟁이 관건일 것이다. 지난 2월에 파업 동참을 약속한 KBS노조 지도부가 발을 빼려는 기미가 보이는 상황에서 KBS 기자협회, PD협회 등은 필요하다면 노조의 공식 파업 선언보다 먼저 투쟁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언론악법과 비정규직법 개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선언한 민주노총도 최대한 동력을 끌어모아 연대 투쟁에 나서야 한다. 이명박이 이번에 또다시 ‘고지’ 탈환에 실패한다면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과 용산참사 항의 투쟁 등 곳곳에서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투쟁들이 승리할 가능성도 한층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