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이정구 교수님의 폴라니 비판에 이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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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니를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으로서,
첫째, 이 교수는 폴라니가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보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것은 세계 칼 폴라니 연구 역사에서 이례적으로 독창적인 주장이다. 폴라니 이론을 경제사학의 독특한 방법론이나 케인스주의의 한 형태로 계승하려는 온건한 연구자들도 폴라니가 사회주의자였다는 점은 인정한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이 교수가 글의 중간부에서 폴라니가 “뉴딜 정책이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억제하고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길을 재촉할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하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즉, 폴라니는 출발점은 뉴딜일지라도 종착점은 사회주의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폴라니는 분명히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주장했다. “사회주의는 본질적으로 시장을 민주적 사회에 종속시킴으로써 자기조절적 시장을 극복하려는 산업 문명에 내재한 경향이다. 사회주의는 생산을 직접 통제해야 하며, 시장이 자유사회에 종속된 유용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보는 산업 노동자들의 자연스러운 선택이기도 하다.”
이것은 폴라니가 영향받은 이론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점이다. 폴라니는 오스트리아 망명 시절 오토 바우어의 ‘기능적 사회주의’ 이론과 오스트리아 사민당 정부의 ‘지방자치 사회주의’ 정책의 성과에 크게 감명받았다. 영국 이주 후에는 페이비언 사회주의와 로버트 오웬의 길드 사회주의를 흡수했다. 이들을 종합해 폴라니는 생산자들의 연합으로 구성된 민주적 사회주의 경제를 주장했다.
이 교수는 아마 마르크스식 사회주의만이 진정한 사회주의이고 나머지는 가짜라고 보는 것 같은데, 마르크스조차 폴라니와 유사한 입장을 가진 로버트 오웬을 공상적 사회주의자라고 불렀다. 어쨌든 사회주의자로 인정한 것이었다.
폴라니의 사회주의론이 실현가능한지, 약점은 없는지 등은 논란거리다. 이 교수가 그토록 강조한 지역주의적 대안도 논란거리다. 그러나 이 교수처럼 폴라니의 대안을 지역주의로 환원할 수 없다. 더구나, “자본주의 체제에서 다양한 지역주의적 대안 추구는 언제나 실패했다”며 마치 폴라니가 자본주의 체제 내 지역주의를 주장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다.
민주적 사회주의
물론 폴라니는 대안 문제에서 매우 난삽한 주장을 했다. 그는 로버트 오웬, 오토 바우어, 스탈린, 프랭클린 루즈벨트, 민주적 사회주의처럼 이질적인 종류의 정치가나 정치에 대해 한번 이상 호의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이런 혼란에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 폴라니에 영향을 받은 경제사학자 프레드 블록
폴라니에 영향받은 사람들 중 태반은 폴라니의 사회주의 사상을 체계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심지어 우석훈 교수는 폴라니를 NGO류의 제3섹터 이론을 주장한 사람으로 해석한다.
다행히 급진 비교 경제학자 팻 데바인
이 교수처럼 왜 마르크스의 가치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냐고 교조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데바인처럼 폴라니가 민주적 계획경제를 연구한 사회주의자란 점을 인정하고 폴라니의 가능성을 더 발전시키는 방식이 유익하지 않을까?
둘째, 이 교수가 결론 부분에서 “자기조정적 시장경제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사회구조가 필수적이다”고 말한 것은 폴라니에 대한 반박이 되지 못한다. 폴라니는 시장경제를 국가가 법 등의 제도를 이용해 뒷받침한다고 명백히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교수 자신도 글 도입부에서 “폴라니는 … 시장경제가 주된 경제제도로 자리잡은 것은
셋째, 이 교수는 이어서 “폴라니가 말한 사회에서 탈착근
일단 내가 머리가 나쁘고 과문한 탓인지 아무리 반복해 읽어도 앞 문장과 뒷 문장이 논리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가 없다. 어쨌든, 뒷 문장은 말 자체는 옳다. 그러나 폴라니 자신은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폴라니에 대한 비판이 될 수는 없다.
폴라니는 때때로 낙관론을 펴기도 했지만, 세계혁명의 확산을 주장한 마르크스주의자들보다는 훨씬 덜 낙관적이었고, 사회가 자동적으로 안정을 회복한다고 주장한 적도 없다. 폴라니는 이중운동에서 자유방임 시장을 향한 운동은 국가의 개입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지지만 그에 맞서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려는 운동은 조직적이지 않고 산발적이라고 분명히 지적했다. “자유방임은 계획적이지만, 계획
오히려 폴라니는 자본주의 틀 내에서 시장에 개입해 사회를 안정시키려는 노력이 시장경제의 작동을 교란시키면서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