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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위한 변명 - 전교조, 그 스무 해의 비망록》:
시국선언으로 MB와 정면대결하는 전교조가 걸어온 길

《교사를 위한 변명 - 전교조, 그 스무 해의 비망록》 (윤지형, 우리교육, 272쪽, 13,000원) ●책구입

“죽어간 아이들이 횃불로 살아온다!” 1989년의 어느 뜨거운 날, 응어리졌던 더운 숨결이 전국을 가득 채웠다.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억눌려 온 민주주의와 ‘참교육’에 대한 열망이 억압을 뚫고 전국의 교사와 학생, 시민들의 가슴에까지 분수처럼 치솟았다.

1989년 5월 28일, 전교조 결성을 위해 전국에서 서울로 향했던 한국의 교사들은 바로 이 사회의 주인공이었다. 그들은 민주적 권리를 탄압하는 군사독재 정부의 후예에 맞서 이 땅의 민족·민주·인간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통한을 대변했다. 그들은 생계를 잃고 사랑하는 학생들을 가르치지 못하게 되는 슬픔 속에서도 끝까지 굴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 싸웠다.

2009년 여름, 전교조는 다시 한번 한국 사회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공공의 적 이명박은 피와 눈물로 쟁취해 낸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싶어 한다.

민주주의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전교조는 20년 전 그랬던 것처럼 떨치고 일어섰다. 그들은 참가자 전원 징계 위협 속에서도 시국선언을 강행했다. 1차 선언자 1만 7천 명에 대한 탄압이 있자 이번에는 더 많은 참가자들을 조직해서 2차 선언을 발표하겠다며 호기 있게 받아치고 있다.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일까, 강권 통치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그들을 저항에 나서게 하는 힘과 용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교사를 위한 변명》에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다. 그 자신이 해직교사였고 전교조 결성 투쟁의 일원이기도 했던 저자는 20년간 쉴 새 없이 달려온 교육운동에 대한 평가를 통해 우익들의 공격에 맞서 전교조를 방어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왜 그렇게까지 필사적이고 용감할 수 있었는지, 앞으로 교육운동의 과제는 무엇이 되어야 할지 주장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보수언론과 우익들은 전교조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다. 그들에게 전교조는 “‘선생님’의 길을 스스로 포기한 가짜 선생님, 선생님으로 위장한 싸움꾼의 집단”(2006년 7월 27일치 〈조선일보〉 칼럼)이다.

2007년 7월 5일 전교조 전국분회장결의대회에 참가한 교사 ⓒ이윤선

그러나 이 책의 살아 있는 사례들은 “‘교육운동’ 이나 ‘교사운동’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존재”인 전교조 교사들이야말로 ‘진짜 선생님’이라 불릴 만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참교육운동 탄압에 분노해 단식 투쟁을 벌이다 위암으로 사망한 신용길 교사, 징계위원회에 출두만하면 파면은 면하게 해주겠다는 회유에 맞서 교육자적 양심을 지키려다 지병으로 사망한 이순덕 교사, 해직된 뒤 생계의 어려움에도 굴복하지 않았지만 외딴 자취방에 스며든 연탄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배주영 교사 등은 어떤 위협 속에서도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교육운동, 민주화운동의 대의를 우선시했다. 이 사회의 민주화와 평등한 교육을 위해 싸워 온 전교조 교사들, 누가 감히 이들을 ‘가짜 선생님’이라 말할 수 있는가. 최근에도 입시지옥을 강화하는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교사들 십수 명이 정부와 교육부, 교육청의 공격 속에 해임·파면된 바 있다.

그러나 ‘교사도 노동자다’는 각성 속에 봇물처럼 일어났던 전교조 결성·사수를 위한 투쟁은 기본적인 노동3권조차 인정하지 않는 억압적 정부와 맞닥뜨리며 교사 개인의 이해관계가 사회 전체의 진보·민주화와 연결돼 있다는 깨달음을 가져왔다. 이 깨달음은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선사하고 싶다는 열망, 가르친 것이 실현되는 정의로운 사회를 보여 주고 싶다는 열망과 합쳐졌다.

이 책은 더 나은 사회와 교육을 바라는 교육운동에 동참하는 과정에서 그들 스스로 의식을 성장시킨 교사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입시지옥을 강화하고 반민주적 탄압을 일삼는 이명박 정부에 맞선 교사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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