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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악마’와 연대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레프트21〉 9호 독자편지 ‘민주주의 혁명을 위해서는 ‘악마’와도 연대할 줄 알아야’에 대해 나의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우선,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적 드라이브에 맞서고자 고민하는 revolution님(이하 존칭 생략)이 진보진영의 발전에 기여를 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생각이 노동자 운동과 진보진영 전체에 해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친 초좌파주의적 조급증때문에 민주당과의 전술적 제휴의 가능성조차 닫는 것은 전체 운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악마와도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연대의 철학과 원칙’이 돼서는 안 된다.

진보진영은 민주당 등 부르주아 야당과의 전략적 제휴를 사전에 고려하고 자신의 강령이나 실천 등을 제한할 필요가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사회 운동의 판이 커지고 그 지지세력이 확대돼 그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부르주아 야당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면 그 때서야 부르주아 야당이 운동에 뛰어들 것이다. 아마 그럴 때조차도 운동에는 한쪽 발만 걸친 채, 이 운동이 노동자·민중의 이익을 향하게 하기 보다는 그야말로 자신들의 “정파와 조직적인 이익”(revolution)을 향하게 하려고 애쓸 것이다. 지난 용산참사 정국 때, 그리고 지난해 촛불정국 때 민주당이 보여 준 것이 그런 것 아니었던가?

따라서 진보진영이 해야 할 일은 부르주아 야당과의 전략적 제휴를 위해 골머리를 싸매는 것이 아니라 진보진영의 운동을 노동자·민중 속에서 폭넓게 건설하는 일이다. 그런 과정에서 운동이 커져서 민주당 등 부르주아 야당이 발을 들여놓으려고 한다면, 전술적으로 그렇게 하도록 놔둘 수도 있는 것이지[이조차도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져야 할 것이다. 악마와 “굳건히”(revolution) 연대할 각오를 미리부터 다질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될 것이다. ‘악마’와 연대의 종착점은 노동자·민중의 재앙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