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대물림을 결코 끊을 수 없는 입학사정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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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과외로 대학 가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며 임기 말인 2012년까지 주요 대학들에서 신입생을 전부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시험 성적이 아니라 학생의 잠재력을 보고 선발하는 제도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교육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도가 사교육비를 줄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입학사정관 몇 명이 학생 수만 명의 창의력이나 가능성을 시험 성적이나 가정 형편과 무관하게 평가하는 게 쉽지 않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가 전면적으로 도입되더라도 내신·수능 성적이나 경시대회 수상 등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다.
본고사와 다름없는 현행 논술 시험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수학·과학·영어 면접 시험이 논술을 대체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기소개서도 일종의 논술 시험이 될 것이다.
입학사정관들의 자의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면, 입시 비리가 벌어질 수도 있고 주요 대학들은 고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를 은밀히 실시하는 길로 이용하려 할 것이다.
지난해에도 고려대가 수시에서 특목고 학생들을 우대한 것이 드러났고, 이명박 정부는 국제중과 자율형사립고 설립, 일제고사 실시 등으로 대학들이 고교등급제를 시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일류 중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사교육비도 절대 줄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입학사정관제가 실시되면 왜 합격하고 떨어졌는지 지금보다 더 모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입시 정보가 필요하게 되고 이것을 노린 사교육 시장이 커질 것이다.
이미 몇몇 논술학원들은 입학사정관제 대비 학원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학원은 학생의 전반적인 경력을 관리해 줘야 하므로 당연히 비쌀 것이다. 학원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경력을 쌓는 데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부유층 학생이 입학사정관제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지지층을 회복하고자 ‘친서민’ 정책의 핵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교육비 경감 시도는 입시지옥의 고통과 사교육비 증가를 조금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저들의 머릿속에는 학벌 사회 유지와 경쟁 강화라는 잘못된 이데올로기가 뿌리 깊이 박혀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해 온 이해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부터 사교육비 경감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전체 사교육비가 20조 9천억 원으로 2007년보다 4.3퍼센트 증가했다. 올해도 학원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사교육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을 평준화하고 어지간한 성적을 낸 학생이면 누구나 대학에 들어갈 권리를 줘야만, 학생들은 좀더 자유롭게 사고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사교육비도 획기적으로 경감할 수 있다. 이것을 가로막는 이명박 정부와 맞서 싸우는 것이 진정한 사교육 악폐 해결책이다.